빗썸 오너 이정훈이 신사업 추진 빗썸에이 맡은 이유, 업비트 높은 벽에 수수료 모델 불확실성 타개 지휘

▲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빗썸에이 대표가 빗썸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이정훈 빗썸에이 대표이사는 빗썸의 실소유주다. 

기존에는 빗썸의 불명확한 지배구조 때문에 전면에 드러나있지 않았지만,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빗썸 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정훈 대표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재미있는 점은 오너인 이 대표가 빗썸의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나 주력 사업회사인 빗썸이 아니라, 최근 빗썸에서 인적분할 돼 설립된 ‘신사업’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 빗썸에이 설립 목적에 '신사업' 가득, 오너 이정훈이 직접 챙긴다

대기업집단 빗썸의 신설 계열사인 빗썸에이는 올해 9월25일 설립등기를 마쳤다. 빗썸에이는 빗썸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빗썸의 기존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사업이 아닌 신사업들을 담당하는 회사다. 

빗썸에이는 실제로 등기를 마친 이후 빗썸파트너스, 아시아에스테이트, 아이씨비앤코 등 관련 계열사를 빗썸에이 산하로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나머지 자회사들도 빗썸에이 밑으로 정렬하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그룹의 주력사업과 신사업의 지배구조를 나눠 선택과 집중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행보다. 

여기서 핵심은 신사업을 오너가 직접 챙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빗썸의 신사업 추진이 단순한 사업다각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체질 전환’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중심의 불안정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빗썸에이는 회사의 목적을 △국내외 벤처기업, 스타트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육성 및 지원사업 △기업 인수합병, 기업 구조조정 및 기업 재무안정화 관련 투자 및 컨설팅 사업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및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기업 및 프로젝트 투자, 개발, 및 운영사업 △지식재산권, 콘텐츠 및 브랜드 자산에 대한 투자, 개발 및 관리사업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 투자 및 운용사업 △종합관광 및 휴양지 개발 및 시설 운영업 △각종 사업에 대한 투자, 사업 제휴, 중개 및 알선 사업 △위 각 호에 수반되는 일체의 부대사업과 이에 관련된 사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 등으로 명시해놨다. 

사실상 앞으로 빗썸이 펼쳐나갈 수많은 신사업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셈이다.

◆ 가상자산 수수료 모델의 불안정성과 규제 리스크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수익은 본질적으로 ‘수수료 장사’다. 거래량이 줄면 매출이 흔들리고, 변동성이 커지면 사업의 리스크가 커진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거래가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주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금융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빗썸은 최근 금융당국의 검사, 조사, 법적 이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금융정보감독원(FIU)은 빗썸과 스텔라(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제대로 절차가 지켜진 것이 맞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더북 공유란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 매도·매수 등 주문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금융감독원도 빗썸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대여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코인 레버리지 대여 서비스 ‘렌딩플러스’의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빗썸이 계속 이 서비스의 회원 가입을 받으면서 금융감독원의 빗썸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거래 중개 사업은 시장의 사이클과 정치권의 태도, 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외부 환경이 불리하면 즉각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 '승자 독식'의 플랫폼 산업 생태계, 업비트의 벽 너무 높다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이 일종의 거래 플랫폼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미 점유율 기준 1위를 굳히고 있는 업비트와의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이정훈 대표가 빗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12일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 대금은 20억7398만 달러, 빗썸은 9억8759만 달러다. 업비트가 두 배 이상 높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신규 이용자들이 이미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으로 진입하려는 경향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한 2024년 12월4일 업비트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은 80%를 웃돌았다. 같은해 11월5일 업비트의 점유율이 56.5%였다는 것을 살피면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 될수록 소위 ‘업비트 쏠림’ 현상이 더 강화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빗썸은 이와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업비트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가입 이벤트, 거래 수수료 인하 등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빗썸이 지출한 판매촉진비는 2022년 25억 원에서 2023년 103억 원, 2024년 1637억 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광고선전비 역시 2023년 58억 원에서 2024년 285억 원으로 늘었다.

빗썸은 올해 상반기에만 판매촉진비 1170억 원, 광고선전비 176억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빗썸의 매출이 3292억 원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전체 매출의 1/3 이상을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출혈 경쟁이 계속될수록 기업의 장기적 이익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정훈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업계의 한 관계자는 “빗썸의 신사업 진출은 사실상 필연에 가깝다”라며 “1등이 가진 네트워크효과 때문에 2등은 1등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성과 체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