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온이 영업손익을 개선한 것을 놓고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박익진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
겉으로 보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볼 여지가 많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다른 부서에 손실을 떠넘긴 부수효과를 거둔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개선된 롯데온의 성적표를 박익진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의 성과로 볼 것인지, 혹은 그룹 지원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는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아쉬운 지점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일 롯데쇼핑과 이커머스 업계 안팎에 따르면 박익진 대표가 롯데온을 이끈 2년 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한계 역시 뚜렷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롯데온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6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349억 원 줄어든 수치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영업손익이 개선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롯데쇼핑은 2024년 4분기부터 e그로서리(식료품) 관련 손익을 기존 롯데온에서 그로서리 사업부로 변경해 반영했다. 롯데쇼핑은 e그로서리 관련 비용으로 2024년 4분기 70억 원, 올해 1분기 109억 원, 3분기 130억 원을 국내 마트&슈퍼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공시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4분기부터 매 분기 평균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기존 롯데온에서 국내 마트&슈퍼의 영업손익으로 옮긴 셈인데 이를 감안하면 롯데온의 영업손익 개선이 애초에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이 올해 줄어든 적자 규모가 300억 원이 넘는데 같은 기간 국내 마트와 슈퍼가 추가로 부담하게 된 금액도 300억 원이 넘는다”며 “사실상 롯데온의 적자를 롯데마트와 슈퍼가 메운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온의 흑자전환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인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고친 상황에서 영업손실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흑자를 내기 어려운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외형 성장이 제한됐다는 것도 롯데온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롯데온의 매출 추세를 살펴보면 올해 매 분기마다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3분기 매출 감소 폭은 16%를 보였다. 올해 누적 매출 감소율은 8.4%를 차지한다.
물론 롯데온을 둘러싼 긍정적 신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거래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온 거래액은 1분기 12%, 2분기 14.8% 이어 3분기에도 2.8% 성장했다. 같은 기간 SSS닷컴 거래액 증감률이 1분기 0.4%, 2분기 4.0%, 3분기 –10%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선택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복귀했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하지만 롯데온을 두고서는 이런 우호적인 평가도 통하기 힘들어 보인다.
롯데온은 신 회장의 야심작이라고 불린 사업이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의 성공을 위해 약 3조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지마켓에서 잔뼈가 굵은 나영호 전 대표를 영입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흑자 달성은 하지 못했다.
2023년 말 인사에서 박익진 대표이사를 영입하면서 반전을 꾀하기도 했지만 역시 영업손익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하지는 못했다. 계열사 협업 강화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매사추세스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하지만 이커머스에 문외한은 아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시티은행,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ING생명, 롯데카드 등을 거쳤고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운영총괄책임자로 일했다. 사모펀드에서 일할 때는 요기요와 SSG닷컴 등에 투자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