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세운 ESG 평가 기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삼척블루파워. <삼척블루파워>
12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키움증권과 흥국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흥국증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거래증권사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은 매년 상하반기에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발표한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금이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거래증권사로 선정된 곳은 시장 신뢰와 평판이 오르게 된다. 또 거래수수료도 커 선정증권사 법인영업수익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2023년 하반기부터 ESG 운영을 위해 ESG 배점을 기존 5점에서 10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상향하고 평가 항목 명칭도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서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변경했다.
이에 최근 국민연금이 평가 대상 거래증권사 수를 축소하면서 증권사간 경쟁이 격해졌고 이에 따라 상위권을 구분짓는 핵심요소로 ESG 평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은 실제 선정 결과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흥국증권과 키움증권은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 공모채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해당 사업은 연간 약 128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초대형 석탄발전소 사업이다.
실제 2021~2023년 발행된 삼척블루파워 공모채 가운데 약 70%가 미매각되며 '반ESG 채권'으로 낙인찍혔다. 2024년 말에 총액인수 약정이 종료됨과 동시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철수했다.
흥국증권과 키움증권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5년 4월, 8일 삼척블루파워 채권 발행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키움증권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로 선정됐다. 흥국증권은 2025년 하반기 거래증권사 명단에 들어갔다.
기후솔루션은 반ESG 행동으로 비판받은 증권사가 거래사로 선정된 것은 ESG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연금은 책임투자로 공시한 자산 가운데 약 97%가 실제로는 ESG 반영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ESG 투자 강화와 석탄투자 제한을 내세우면서 석탄발전소 채권을 개인에게 판매한 증권사를 거래 파트너로 유지한 것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거래증권사 선정 전 과정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ESG 원칙을 위반한 증권사에 대한 명확한 배제 기준과 사후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 기준에서 ESG 항목이 정량평가에만 포함돼 있어 증권사의 실제 ESG 경영 태도나 리스크 대응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성평가 영역에 ESG 관련 항목을 신설하고 ESG평가에 부정적 사건사고가 발생한 증권사는 일정기간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제외하는 등 제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