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1월] 테슬라·애플에 죽고 못 사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고함

▲ 테슬라의 2025년 신형 전기 SUV '모델Y'(주니퍼).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3월말 서울 모 테슬라 전시장에 젊은이들 수백 명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테슬라가 새로 출시한 전기 SUV ‘모델Y 주니퍼’를 구경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차 한 번 보는 데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지만,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는 테슬라에 구매 주문이 쇄도했다. 4월에 주문하면 5~6주면 차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테슬라코리아 직원의 말과는 달리 5~6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었다. 

차를 받기도 어렵다. 날짜를 지정해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 광명점에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 10만 원을 내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지방에서 직접 차를 받으려고 광명까지 오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테슬라 전기 세단 모델3를 비롯해 올해 나온 신형 모델Y(주니퍼)까지 최근 테슬라 전기차에서 ‘BMS_a079’ 배터리 오류코드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BMS_a079' 기술 오류는 배터리가 비정상적 고전압 충전으로 최대 충전 레벨을 50%로 제한해버리는 결함이다. 

1회 충전으로 50km밖에 달리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이 기술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테슬라코리아는 신품 배터리가 아니라 재생 배터리로 교체해주고 있다. 문제는 재생 배터리로 교체해줘도 같은 문제가 반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재생 배터리가 아니라 신품 배터리로 교체하고 싶으면 3천만 원을 내라고 한다. 

배짱 장사도 이런 배짱 장사가 없다.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려고 해도 테슬라코리아 고객센터에선 “별도의 소비자 불만 접수창구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불만 있으면 사지 말라’식의 태도에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고객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데도, 테슬라 전기차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이 팔린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 부과하기 시작하고, 자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세계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천박하고도 폭력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에 반발해 유럽, 중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엔 반미 정서와 함께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테슬라의 세계 시장 판매량은 올해 크게 꺾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테슬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국내 테슬라 판매량은 2020년 1만2000대 수준에서 2024년 3만대에 육박했고, 올해 10월까지 4만8000대로 증가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죽고 못사는 미국 제품이 더 있다. 바로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이다. 

새 아이폰을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서고, 노숙을 하는 모습은 이제 낯 설지도 않을 정도다. 특히 10~20대 청소년과 청년들에겐 아이폰이 필수품이 됐다. 10대들은 아이폰이 없으면 또래 집단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이유로 너도나도 아이폰 사달라고 부모를 조른다고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삼성전자가 19%로 1위, 애플이 17%로 2위, 샤오미가 14%로 3위였다. 하지만 100만원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이 65%, 삼성전자가 30%에 그친다. 

고3인 필자 아들도 최신 아이폰을 쓴다. 아들에게 왜 아이폰이 좋냐고 묻자 “있어 보이잖아”라는 답이 돌아온다. MZ세대가 아이폰을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왠지 있어 보인다는 게 상당한 이유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데스크리포트 11월] 테슬라·애플에 죽고 못 사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고함

▲ 팀 쿡 애플 CEO가 올해 9월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행사장에서 아이폰17 프로 모델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있어 보인다’는 비단 아이폰만이 아니라 테슬라 전기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1억 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는 부담스럽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5천만 원 대에 살 수 있는 테슬라 전기차로 충분히 있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잘 팔리는 게 아닐까. 

아직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10대들은 그렇다고 쳐도, 20~40대의 테슬라빠, 애플홀릭 청년들에게 겁 없는 쓴 소리 한마디 하고 싶다. 50대인 필자를 ‘꼰대’라고 해도 상관없다. 세계화 시대에 정신 나간 ‘국수주의자’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테슬라, 애플은 국내 지사를 두고 있지만, 매우 소수만 고용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설비투자는 전혀 없고, 생산은 모두 해외에서 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테슬라, 애플 제품 많이 산다고 해서 정작 여러분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없다는 얘기다. 

애플코리아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이 해 매출 7조8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낸 법인세는 825억 원이 고작이었다. 국내 수입한 제품의 매출 원가율을 92.2% 높여 영업이익을 낮추는 수법으로 법인세를 낮춘 것이다.

애플이 다른 나라에서 낸 법인세의 매출 대비 평균 비중은 4%였다. 우리나라에선 1% 대로 유독 적다. 애플코리아가 내는 기부금도 매우 미미하다. 우리 사회에 공헌하는 기여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같은 애플의 법인세, 기부금 수준은 테슬라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테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7천억 원 수준이었다. 테슬리코리아는 국세청으로부터 몇 년 전 회피한 법인세 251억원을 추징당했다. 

일자리 창출도, 세금 납부도, 사회 공헌도, 고객서비스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 제품을 그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고액을 지불하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부디 합리적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건 억지일까. 

마치 폭군처럼 50%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자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관세를 더 높이겠다는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를 우리네 청년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배알도 없다고 치부하는 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그렇다고 국산 자동차와 국산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이미 세계 시장의 하나의 큰 마켓이 된 지금,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논한다는 게 합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자국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자국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노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적어도 자신의 앞날에 무엇이 더 합당한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소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외산과 국산, 외국기업과 토종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얘기하더라도,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 지역 국가에 전혀 기여하는 게 없는 기업의 ‘상도의’(商道義)는 적어도 따져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