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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호(Vu Ho) 주한베트남대사가 6일 서울 삼청동 대사관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6일 단풍이 곱게 물든 고즈넉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사관에서 만난 부 호(Vu Ho) 주한베트남대사는 수교 33년을 맞은 한국과 베트남이 우정을 넘어 본격적 파트너십을 시작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국가 사이 관계도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져야 성장할 수 있는데 한국과 베트남은 지금 그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 호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협력과 무역투자를 기반으로 이제는 정치적 안보, 경제적 안보, 인적 교류와 문화로 관계의 연결성을 갖추게 됐다”며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 '포괄적전략동반자(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에 부여하는 최상위 파트너십인데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부 호 대사는 CSP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CSP는 다음 단계를 위한 ‘도구’이지 ‘목표’가 아니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비즈니스가 번창할 수 있는 유리한 지역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정된 성장, 한국기업 ‘전진기지’로 부상한 베트남
▲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이 2025년 8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꾸준한 경제 성장률과 정치적 안정성, 1억 명의 인구가 형성하는 내수 기반이 한국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다.
삼성·LG·현대차 등 제조 대기업뿐 아니라 신한과 우리, KB국민, 하나 등 한국 금융사들도 잇따라 현지 시장에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부 호 대사는 “한국기업의 투자는 베트남 경제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베트남은 개방된 경제와 정치적 안정성, 협력을 중요시하는 외교 전략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 사이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안정과 개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베트남의 생존전략이자 성장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부 호 대사는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처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다음 단계로 발전할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 다음 단계는 ‘현지화’다.
그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베트남의 문화, 전통, 법률 시스템 등 모든 것을 습득하는 것이다”며 “기본적 내용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국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부 호 대사는 “베트남의 한국 금융사들이 처음에는 현지 진출 한국기업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에는 베트남의 금융기관, 베트남의 현지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사들이 베트남 금융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구축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새롭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 호 대사는 “한국은 1970~1980년대 발전을 위한 방법을 찾아냈고 그 해답은 수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신기술분야를 개발하는 것이었다”며 “베트남도 현재 디지털전환과 녹색성장 같은 혁신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런 경제와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아세안은 균형을 지키는 완충지대, 지정학적 갈등에 역할 키워야
▲ 부 호(Vu Ho) 주한베트남대사가 6일 서울 삼청동 대사관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부 호 대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이 경제사회 안정을 위한 완충지대로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의 갈등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중간지점’은 필요하고 여기에 아세안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부 호 대사는 아세안이 ‘버퍼(buffer)’로 잘 역할할 때 강대국들이 부딪히지 않고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 호 대사는 “아세안은 서로 이해관계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며 “함께 만드는 균형의 협력구조가 아세안의 힘을 키우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 호 대사는 1993년 베트남상공회의소 사무관을 거쳐 1994년부터 30년 넘게 외교관 생활을 해왔다. 베트남 외교부 아세안국 서기관, 아세안국 부국장, 주휴스턴베트남총영사관 부총영사, 아세안국 국장 등을 역임한 아세안지역 전문가다.
부 호 대사의 아버지인 부 콴(Vu Khoan) 전 베트남 부총리는 1992년 서울에 처음 베트남 대표 사무소가 설치되고 같은 해 12월 수교가 이뤄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부 호 대사는 2024년 주한베트남대사로 부임해 한국에서 벌써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의 2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주말도 없이 일주일에 7일을 일하면서 두 나라의 수많은 교류를 현장에서 봐왔다.
그는 “한국에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온 대표단만 100개 넘게 만났고 3차례의 고위급 회담이 있었다”며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대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