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소속 노동자가 원유 샘플의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국제 기관과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 업계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기관, 기후 전문가 등 25명은 기후총회 개최 첫날인 10일(현지시각) 참가국들을 상대로 공동성명을 내 화석연료 로비스트 참가 금지, 합의 과정의 투명성 보장,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 준수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9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국제사법재판소 권고란 올해 7월에 나온 법적 판단으로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다. 또 기후피해를 촉발한 온실가스 배출 당사자들은 기후피해를 입은 국가, 시민 등에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런 판단 과정에서 법정에 제출된 여러 과학적 증거들을 근거로 삼았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기후변화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이 그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엘리사 모르게라 유엔 기후변화 특별보고관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명확한 판단이 나온 이후에도 화석연료 산업계의 영향력에 관한 의미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기후총회의 절차는 더 이상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계가 자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오염 행위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아가며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한 수익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자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고 기후대응 합의를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담 바이스 클라이언트어스 최고 프로그램 및 영향 책임자는 가디언을 통해 "지금 우리는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워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지금 법적 전환점에 서있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이끌어줄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페트로브라스 본사 현판.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브라질 정부가 기후총회에서 탈탄소 전환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도 아마존강 하구 일대 석유 채굴을 확대하는 이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정부의 지원 아래 지난해 기준 원유 생산량이 일 430만 배럴을 달성했으며 수출물품 가운데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것도 원유였다.
브라질 정부는 석유 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은 모두 재생에너지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석유 개발을 위해 토지 인허가법을 개정하는 등 기후총회 개최국으로 부적합한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도 정부 방침에 맞춰 석유 채굴을 늘리는 이유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 때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수엘리 아라우조 기후관측소 정책 코디네이터는 블룸버그를 통해 "기업이 새로운 산업 부문을 개척하는 것에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린다"며 "그들의 전환을 위해 10년, 20년을 기다릴 수는 없고 석유 생산은 그들이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도 8일 자체 사설을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을 '기후위기 해결의 선두주자'로 포장해오고자 했으나 모순적인 정책 때문에 비판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평가했다.
COP30 사전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중순에도 룰라 대통령은 아마존강 하구 일대에 새 유전 시추 허가를 페트로브라스에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패니 페티본 국제 환경단체 350.org 프랑스 이사는 프랑스24 인터뷰에서 "브라질이 COP30 의장국인 것은 지극히 위선적인 일"이라며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