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종근당이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설립했다. 주요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자회사에서 개발하도록 하면서 외부 파트너십과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임상과 기술이전을 거쳐 상장을 연이어 성공시킨 선례가 있는 만큼, 종근당 역시 유사한 성장 방정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 설립, 자회사 파이프라인 몰아주기 '상장 좇다'

▲ 종근당이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설립했다. 주요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자회사에서 개발하도록 하면서 외부 파트너십과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종근당 안팎에 따르면 연구개발 조직 재편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효종연구소장 직책을 없애고 △기술연구소 △신약연구소 △바이오연구소 각 연구소를 개별 운영체제로 전환하는 등 R&D 조직 구조를 잇달아 손질하고 있다.

이번에 신설한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Archela)’ 설립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R&D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종근당은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효종연구소에 신약개발 회사 아첼라를 설립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첼라 자본금은 30억 원(1주당 2500원, 120만 주)이며 이사회는 이주희 아첼라 대표이사, 이창식 종근당 신약연구소장, 민성준 종근당 임상센터장으로 구성됐다. 

아첼라는 개발에만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이다. NRDO기업은 임상, 기술이전, 품목허가 등을 수행하면서 기술이전 및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및 로열티를 수취해 수익을 창출한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아첼라의 인원 구성을 확정하는 단계”라며 “연구조직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파이프라인을 이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수 인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 설립, 자회사 파이프라인 몰아주기 '상장 좇다'

▲ 이주희 아첼라 대표이사가 20일 아첼라 창립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종근당>


아첼라는 종근당 파이프라인 가운데 CKD-508, CKD-513, CKD-514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KD-508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CKD-514는 경구 투여가 가능한 GLP-1 작용제로 비만 및 당뇨 분야에서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올해 비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CKD-513은 BBB(뇌혈관장벽) 투과가 가능한 HDAC6 저해제로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우선은 3개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향후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외부 도입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종근당의 이번 신약개발 자회사 설립이 향후 상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종근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인 만큼 추가 자금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시흥시에 약 2조2천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를 단계적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앞서 자사주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일부 자금을 확보했지만 추가 재원이 요구될 수 있다.

신약개발 조직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면 기술이전 성과나 임상 진척도에 따라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명확히 평가받을 수 있다. 이는 추후 투자 유치나 상장 추진 시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를 별도로 두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대웅제약의 아이엔테라퓨틱스,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신약개발 자회사가 기술이전과 상장을 통해 독립적인 기업가치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공사례로 꼽힌다.

2020년 자본금 25억 원으로 설립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임상2상 단계에서 제일약품으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자큐보의 임상3상을 완료하고 국내 품목허가, 후속 기술수출까지 이끌어냈고 2024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의 성과에 힘입어 반기 기준 흑자(26억 원)를 내는 신약개발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도 빠르게 상승해 2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200억 원으로 모회사인 제일약품(2162억 원)도 뛰어넘었다. 제일약품이 보유한 온코닉테라퓨틱스 지분(6월 말 기준 45.45%)가치는 약 1천억 원으로 평가된다. 

종근당 역시 아첼라를 통해 검증된 파이프라인을 자회사에 이관함으로서 이러한 ‘자회사의 성공’과 ‘모회사의 지분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