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미국 판매목표를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출시하는 신차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고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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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3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 미국 판매목표를 69만9천 대로 제시해 지난해보다 5만1천대(7.8%) 높여 잡았으나 현대차는 미국 판매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의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올해 미국 자동차판매량은 전년도보다 0.5% 낮은 1750만 대에 그쳐 8년 만에 줄어들 것으로 현대차는 내다봤다. 특히 미국에서 세단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가 올해 미국에서 출시하는 차량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판매목표를 올려 잡기도 어렵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아이오닉 친환경차 2종, 쏘나타와 제네시스 G80의 상품성 개선모델 등을 출시한다. 아이오닉 친환경차 2종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시되는 차량으로 아직 판매량이 검증되지 않은 차량이다. 쏘나타는 미국에서 인기가 식어 판매량이 줄었고 G80는 고급차여서 수요가 한정적이다.
기아차가 올해 미국에서 출시하는 소형SUV 니로와 스포츠 중형스포츠세단 스팅어에 기대를 걸고 판매목표를 5만 대 정도 높인 점과 대비된다. 기아차는 올해 니로의 미국 판매목표량만 3만5천 대로 잡았다.
현대차가 매년 미국 판매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던 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5년에는 각각 76만 대, 65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기아차만 67만7천 대의 미국 판매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판매목표를 밝히지 않았는데 내부에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목표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판매목표는 완성차회사의 실적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현대차 미국법인장이 지난해 연말에 사임하자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판매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공장의 생산목표는 밝혔다. 올해 미국공장에서 전년보다 7천 대(1.7%) 줄여 38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올해 미국공장에서 전년보다 3만3천 대(8.7%) 줄인 34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공장에서 생산하는 싼타페 대수를 기존 3만6천 대에서 6만5천 대로 늘리기로 했는데도 미국공장 생산목표를 낮췄다. 기아차가 미국공장 생산목표를 낮춘 이유는 멕시코공장으로 생산물량을 이전하고 현대차 대신 생산하던 싼타페 물량을 이전하는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미국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과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내부저긍로 잡은 올해 미국 판매목표를 추정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판매목표를 매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경우 현지 시장상황을 살펴서 유동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보다 1.7% 늘어난 77만5천 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3.5% 증가한 64만8천 대를 판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