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SK바이오팜 뇌전증 시장 '장악' 시동, 치료제 이어 AI 플랫폼으로 환자 록인

▲ SK바이오팜이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이 강조해온 ‘혁신신약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게임 체인저 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내세워 온 ‘혁신신약과 디지털 기술결합’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글로벌 시장에 연착륙한 SK바이오팜은 이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뇌파 분석 기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역량이 사업화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치료부터 관리까지 아우르는 ‘환자 맞춤형 뇌전증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중남미 제약사 유로파마와 뇌전증 플랫폼 상용화로 사업 협력 범위를 넓힌다. 

SK바이오팜은 21일 중남미 제약사 유로파마와 함께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하는 조인트벤처 ‘멘티스케어(Mentis Care)’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2022년 중남미 17개국 세노바메이트 판매 계약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유로파마가 AI 플랫폼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만큼, 비용 부담을 고려해 공동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이 뇌전증 관리 플랫폼 상용화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세노바메이트라는 자체 개발 치료제가 있다.

뇌전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기존 약물을 먼저 사용하고, 치료 효과가 부족할 경우 신약 등 대체 치료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치료제 대비 발작 빈도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효과가 입증됐다. 치료 효과가 검증된 약물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시장성과 임상적 유의성을 고려해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뇌전증 시장 '장악' 시동, 치료제 이어 AI 플랫폼으로 환자 록인

▲ SK바이오팜의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Zero)’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글래스’. < SK바이오팜 >

멘티스케어는 데이터 기반 치료 과정 지원과 개인 맞춤형 관리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실시간 발작 예측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경고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의료 현장에서 실제 활용이 가능하도록, 발작 감지와 예측 알고리즘을 임상시험이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SK바이오팜은 ‘기술’, 유로파마는 ‘사업 전략 수립’과 ‘AI 학습 데이터 확보’를 각각 주도한다. 

뇌전증은 발작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다. 발작이 발생하면 낙상, 뇌 손상, 장기 부전 등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플랫폼 개발은 단기간에 결정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환자 발작 완전 소실을 목표로 ‘제로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2018년부터 뇌파 분석 기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을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발작 예측 및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축적했다.

SK바이오팜은 2023년에 CES에 처음 참가해 뇌전증 감지 예측 디바이스 5종 △제로 글래스 △제로 와이어드 △제로 헤드밴드 △제로 이어버드 △제로 헤드셋을 선보였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안경형 디바이스 ‘제로 글래스’를 직접 체험하며 바이오와 디지털의 결합을 강조했다. 

이동훈 사장은 “CES에 처음 참가해 선보인 뇌전증 감지·예측 디바이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자체 개발한 5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작이자, 혁신신약 세노바메이트와의 시너지 효과로 뇌전증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뇌전증 시장 '장악' 시동, 치료제 이어 AI 플랫폼으로 환자 록인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3년 1월6일(현지시각) 미국 ‘CES 2023’에서 부스에 방문해 SK바이오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글래스’를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 SK바이오팜 >

2024년 11월 열린 ‘SK AI 서밋’에서도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글래스’가 소개됐다.

‘제로’ 플랫폼은 모바일 앱, 스마트워치, 의료진 웹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며, 실시간 발작 예측과 경고, 복약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모바일 앱은 발작 이력, 발작 통계, 발작 유발 요인 기록, 복약 내역을 제공하며, 실시간 발작 알림과 예측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을 통해 환자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면, 세노바메이트의 처방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소발작은 환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럽게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게 앞이나 위를 바라보거나,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수 초 안으로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소발작 감지가 가능해지면 발작 주기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의료진의 처방량 조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