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훈풍 타고 질주한 펌텍코리아, 이도훈 공격적 설비투자에 '현금 곳간' 넉넉치 않아

이도훈 펌텍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국내외 수주 확대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펌텍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K뷰티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 중인 펌텍코리아가 생산설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도훈 펌텍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늘어나는 수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상태다.

다만 적극적 생산설비 확충 등 외형성장과 달리 현금 흐름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자본적 지출(CAPEX)과 운전자본에 집중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펌텍코리아가 생산능력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충북 진천의 제4공장은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6공장도 내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장만 늘리는 게 아니다. 실제 생산가동률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22년 65.3%였던 가동률은 2023년 75.8%를 거쳐 2024년에는 81.4%까지 뛰었다. 설비 확장과 함께 생산 효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펌텍코리아는 스틱, 쿠션 등 주요 화장품 용기 품목에서 자체 금형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인디브랜드들과의 거래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틈새시장에 강한 인디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늘면서 실적 성장의 기반도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올 2분기 기준 고객사별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인디브랜드가 전체에서 66%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대형 고객사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잇따른다.

다만 외형성장의 이면에는 위험 신호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펌텍코리아의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비해 잉여현금흐름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운전자본 부담과 자본적 지출이 맞물리면서 실질적 여윳돈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펌텍코리아의 잉여현금흐름은 약 17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집행한 설비투자 중심의 자본적 지출이 240억 원에 이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물론 펌텍코리아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일정 수준만 유지된다면 당장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자본적 지출이 많더라도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이를 상쇄하면 기업의 재무 안정성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운전자본 부담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펌텍코리아는 올 상반기 매출채권은 약 100억 원, 재고자산은 2억 원 증가했다. 반면 매입채무는 46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치며 전체 운전자본은 확대됐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시 영업에 묶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펌텍코리아의 잉여현금흐름은 32억 원에 머문 반면 자본적 지출은 503억 원에 달했다. 순운전자본도 확대됐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각각 16억 원, 45억 원 증가했으나 매입채무가 53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펌텍코리아는 미국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직거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생산설비 증설이 중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뷰티 훈풍 타고 질주한 펌텍코리아, 이도훈 공격적 설비투자에 '현금 곳간' 넉넉치 않아

▲ 펌텍코리아의 자본적 지출과 운전자본 확대로 잉여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사진은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펌텍코리아 본사. <펌텍코리아>


하지만 이익과 현금흐름 간 괴리가 장기화될 경우 주주들의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수주 물량이 둔화되거나 신공장 가동이 지연되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펌텍코리아와 같이 설비투자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는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대신 영업활동현금흐름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운전자본 효율화 전략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단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객사와의 계약 조건을 조정해 선결제를 유도하거나, 조기 지급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금 회수 주기를 줄이는 방안이다.

재고관리 최적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보다 정교한 생산 계획과 수요 예측 시스템을 통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면 현금 유출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매입채무 지급 조건 조정이 거론된다. 협력사와의 협상을 통해 지급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협력사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흐름만 보면 펌텍코리아는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펌텍코리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054억 원, 영업이익 19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23.3%, 영업이익은 52.8% 증가했다.

다만 주가는 다소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 관리와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펌텍코리아 주가는 8월8일 실적 발표 이후 7만3300원에서 10월22일 5만3600원까지 하락했다. 화장품 업종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일부 브랜드사의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화장품 업종 전반이 주식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펌텍코리아의 실적 흐름과 투자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