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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페퍼' 로봇<사진출처=소프트뱅크 재팬 홈페이지> |
키 120cm에 28kg, 가슴에 10.1 인치짜리 디스플레이를 달고 인간의 감정에 반응할 줄 안다. 인간을 닮은 형상으로 춤을 추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까지 갖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년 2월 일본에서 출시할 로봇 ‘페퍼’의 스펙이다.
손 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사업영토를 확장해 왔는데 그가 건설중인 제국에 로봇들도 함께 살아갈 모양이다.
◆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 페퍼
일본 소프트뱅크가 내년 여름께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출시해 판매한다고 2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로봇은 미국시장 판매에 앞서 내년 2월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다. 가격은 19만8천 엔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의 회장은 로봇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로봇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손 회장은 “지능형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며 “페퍼는 1960년대에 TV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장에서 개발중인 페퍼 로봇을 직접 소개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손 회장이 이날 “페퍼, 주주들에게 인사할래요”라고 말하자 페퍼 로봇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페퍼입니다. 여러분 앞에서 얘기하려니 긴장되네요”라고 인사했다.
페퍼는 인텔이 만든 ‘지미(Jimmy)’ 로봇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모셔널 엔진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페퍼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며 “페퍼가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페퍼가 공개되자 서비스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문의를 해오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페퍼 판매를 담당할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후미히데 토미자와 CEO는 “300개가 넘는 업체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다”며 “기업과 일반소비자에 절반씩 판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손정의가 로봇사업에 뛰어든 이유
손 회장이 로봇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은 일본정부의 로봇산업 지원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2035년까지 로봇산업의 시장규모를 100조 원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정부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신성장전략사업에 ‘로봇혁명’을 주요 과제로 포함시켰다.
산업용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주인에게 봉사할 수 있는 로봇이 주된 개발대상이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며 고독사가 늘고 있어 도우미 역할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구가 돼 줄 감성로봇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 도요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들까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이미 일본 최고의 부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배가 넘는 20조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올해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42번째에 올라있다.
손 회장은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미국증시 상장으로 또 다시 돈방석에 앉게 됐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 34.4%를 보유하고 있어 마윈 CEO가 소유한 8% 가량의 지분보다 4배 가량 많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을 2천만 달러에 사들였는데 이번 상장을 통해 약 3천 배의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