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가격 상승에 동 시세도 뒤 따른다, AI 데이터센터가 구리 수요 이끌어

▲ 금과 은 시세가 올해 가파르게 오른 데 이어 동(구리) 가격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구리 전선 수요 증가에 힘입에 중장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된 금괴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금, 은, 동(구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달러 등 화폐 가치가 낮아지며 귀금속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다만 구리는 투자 수단보다 주로 산업용 소재로 쓰이는데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6일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5%에 이르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사촌 지간인 금이나 은과 비교하면 부진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금 시세는 60% 넘게 뛰었다. 미국과 중국 무역갈등,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여파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키운 영향을 받았다.

미국 달러화 가치도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 등 귀금속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런스는 곧 구리 가격 상승세도 금과 은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꼽혔다. 구리는 전기 전도율이 뛰어나 고용량 전선과 케이블에 핵심 소재로 쓰인다.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발전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연히 전력 소모량도 크게 늘어 구리와 같은 필수 산업용 소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배런스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구리 전선의 수요는 이미 뚜렷하던 가격 상승세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며 “향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바라봤다.

조사기관 우드맥켄지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구리 원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체 투자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드맥켄지는 이를 오히려 가격 상승이 유력하다는 근거로 들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기업들이 자연히 구리 가격에는 크게 민감하지 않은 만큼 오히려 수요 증가에 따라 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은 가격 상승에 동 시세도 뒤 따른다, AI 데이터센터가 구리 수요 이끌어

▲ 칠레에 위치한 구리 제련소에서 주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우드맥켄지는 “공급이 이미 제한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이 연간 두 배로만 늘어나도 구리 단가는 약 15% 오르고 재고량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면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을 우려한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리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세에 더 불이 붙을 수 있다.

증권사 UBS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2027년까지 구리 가격이 1파운드당 6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단가는 파운드당 5달러 안팎이다.

UBS는 데이터서버 등을 위한 전력망 투자 확대가 가속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내년과 2027년 구리 수요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구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가격 흐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 여러 산업 위축으로 이어져 구리 수요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실제로 올해 구리 가격이 심각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이미 7월과 비교하면 하락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추가 수입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뒤 단가 하락을 이끌었는데 아직 이러한 여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변동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구리 가격 상승세는 꺾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배런스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은 이미 상당히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며 “막대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당분간 끝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리는 전선뿐 아니라 반도체에도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따라서 구리 가격 상승은 관련 공급망에 이중으로 원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