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웨이 협력사들이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에 참가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 전시장에 설치된 로고 간판.
한국에서 진행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첨단 기술 규제를 무력화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에 화웨이 자회사 롱사이트테크놀로지와 장비업체 사이캐리어 등 다수 기업이 참가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롱사이트테크놀로지는 첨단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밀 측정 장비를 선보였다.
사이캐리어는 반도체 식각 및 증착 공정에 쓰이는 장비 기술을 홍보했고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전시했다.
이러한 기술은 모두 미국 정부의 대중국 기술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발전 성과를 적극 홍보하며 수 년에 걸친 미국의 제재가 완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이 수입할 수 없게 된 엔비디아와 AMD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체할 자체 기술 확보에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을 선보인 기업들은 모두 화웨이의 자회사 또는 협력사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선전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 규제 영향을 극복하는 데 뚜렷한 결실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전시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첨단기술 규제 강화 가능성을 언급한 뒤 며칠만에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보복하는 성격으로 대중국 기술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이러한 위협에도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첨단기술 규제 완화 등 방안이 논의될 공산이 크다.
결국 중국이 사실상 미국의 기술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성격의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첨단기술 규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면 중국에 더 유리한 쪽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전시에서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 발전에 한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도 발견됐다며 여전히 첨단기술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