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휴대전화로 114번 걸어 '선택약정할인' 신청하면 다달이 피자 한판 값이 생기는데](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10/20251001091947_54945.jpg)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의 25.2%에 이르는 1168명이 아직도 선택약정할인 대상이면서 신청을 안해 요금 25% 할인 혜택을 못보고 있다. 이들이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챙기는 '낙전수입' 만도 연간 2조277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술도 깰 겸 돈도 벌 겸 집까지 걸어가려고~"
"참 극성이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버는데?" 옆 자리 참석자가 못마땅한 듯 퉁명스럽게 쏘아부치듯 묻는다.
"여기서 한강 다리 건너 집까지 가려면 9천 보 정도는 걸을 테니, 200원 정도 벌겠네 ㅎㅎ"
"200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마침 연휴 직전 봤던,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의 이동통신 선택약정할인 관련 국정감사 보도자료 내용이 떠올랐다.
"200원 벌겠다고 먼저 일어나 두시간 가까이 걸어가겠다고?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이동통신 선택약정할인 신청은 했어? 신청 만으로 다달이 몇 만원씩 벌릴텐데."
그가 둘러멨던 배낭을 다시 내려놨다.
"선택약정할인? 그게 뭔데?"
다른 참석자 서넛도 술 잔을 들다 내려놓으며 급 관심을 보였다.
"월 이동통신 요금을 25%씩 할인해 주는 건데, 몰랐어? 그럼 아직 신청 안해 혜택을 못보고 있다는 거구먼. 이동통신 요금으로 다달이 얼마나 내?"
단말기를 바꾼 지 2년 조금 넘었고, 월 5만6천원짜리 정액요금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퇴직한 처지에 뭘 그리 비싼 요금제를 쓰냐"고 핀잔을 주면서 "선택약정할인을 신청하면 매달 1만4천원씩 추가로 자동 할인된다"고 알려줬더니, 가슴을 쳤다.
"진작 좀 알려주지!"
다른 참석자들도 앞다투듯 자신의 월 이동통신 요금 내역을 털어놨다.
졸지에 나는 '선택약정할인 홍보대사'가 됐다.
"하여튼 일단 신청하면 월 이동통신 요금이 25%씩 추가로 할인되니, 월 할인액이 얼마나 되고, 연간으로 치면 열마나 되는지 각자 계산해봐."
다들 스마트폰 계산기 앱을 열어 월 할인 금액을 산출하고 거기에 12를 곱해 연간 할인 혜택을 계산해보기에 바빴다.
"신청 절차도 간단해. 휴대전화 전화걸기로 114번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연결한 뒤 '선택약정할인 신청 부탁합니다'라고 말하기만 하면 돼."
"이동통신 가입자는 다 신청할 수 있는 거야?"
"단말기를 따로 사서 개통했거나, 이동통신 유통점(대리점과 판매점)서 단말기를 바꾸면서 지원금(보조금)을 받은 뒤 24개월이 지났으면 신청 대상이야. 아까 단말기를 바꾼 지 2년 조금 넘었다고 했지? 그럼 당연히 선택약정할인 신청 대상이야. 이동통신 3사 모두 똑같아."
"그럼 지금 당장 114로 전화 걸어 신청해야겠네."
"오늘은 휴일이라 안될 수도 있어. 연휴 끝난 뒤 잊지 말고 바로 신청해. 내가 오늘 모임 참석자 가운데 선택약정할인 대상인데 아직 신청하지 않아 요금 할인을 못받고 있는 사람에게 연휴 끝난 뒤 문자로 다시 알려줄테니 바로 114번으로 전화 걸어 신청해. 상담원이 대상 여부, 혹시 이미 신청해 혜택을 받고 있는지 여부, 선택약정 기간, 월 할인 금액 등을 자세히 설명해줄 거야."
"아~ 씨, 바로 신청하지 않아 그동안 할인 못받은 금액이 얼마야! 소급 할인은 안돼?"
"당연히, 소급 할인은 안해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그리 착하지는 않아 ㅎㅎ. 자 이제 두시간 걸어 200원 벌러 가야지!"
"지난 2년 동안 하루 200원씩 벌어 치과 치료까지 했는데,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안해 월 몇만 원씩을 못챙겼다고 생각하니 맥 빠지네. 오늘은 걷는 거 포기. 속 타니 마시자."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휴대전화로 114번 걸어 '선택약정할인' 신청하면 다달이 피자 한판 값이 생기는데](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1810/20181031164758_196937.jpg)
▲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 선택약정할인은 10여년 전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시행에 따라 도입됐다.
이동통신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처음에는 할인율이 12%였는데,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단말기 지원금 지급액이 올라가며 따라서 25%까지 높아졌다.
자급제(따로 장만한) 단말기를 사용하거나, 단말기를 바꾸면서 지원금을 받은 뒤 약정기간(24개월)이 끝난 시점부터 신청할 수 있다.
단말기서 114번으로 전화를 건 뒤 상담원에서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해달라고 하면 된다. 약정기간은 12개월과 24개월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약정기간 동안 월 요금의 25%가 자동으로 추가 할인된다.
월 10만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했으면 다달이 2만5천원씩, 6만9천원짜리는 1만7250원씩, 2만9천원짜리는 7250원씩, 1만원짜리 실버 요금제는 2500원씩 할인된다.
장기가입, 취약계층, 국가유공자, 결합 등 다른 할인과 별개로 요금이 추가로 할인된다.
약정기간이 끝나면 또 114번으로 전화를 걸어 12개월이나 24개월 중 골라 신청하면 그 기간만큼 또 자동으로 요금이 25%씩 할인된다.
선택약정할인 신청도 약정을 맺는 것이라,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동통신 가입을 해지하거나 단말기를 새 것으로 바꾸면서 지원금을 받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단말기를 바꿀 생각이 있으면 12개월을, 더 오래 쓸 요량이면 24개월을 선택하는 게 좋다.
선택약정기간 종료가 임박했으니 다시 신청하라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한다.
생각날 때마다 114번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 상담원과 연결된 김에 '현재 가입된 요금제가 나한테 적정한 지',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 자녀와 손자들로부터 데이터를 선물받는 방법으로 요금제를 좀더 싼 것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다. 잘 하면 월 이동통신 요금을 몇 만 원씩 더 아끼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114번으로 전화를 걸어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는 것 만으로 다달이 커피 한 잔 내지 자장면 한 그릇부터 탕수육 한 접시와 피자 한 판 값 정도의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지만, 아직도 많은 가입자들이 신청하지 않아 혜택을 못보고 있다.
몰라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4626만명 가운데 25.2%에 해당하는 1168명이 선택약정할인 대상이면서 신청을 안해 요금 25% 할인 혜택을 못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챙기는 '낙전수입' 만도 연간 2조277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 의원은 "이동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600여만 명, KT는 300여만 명, LG유플러스는 200여만 명 정도가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지 않아 요금할인 혜택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가입자 중 938만 명(20.2%)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은 지 24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태이고, 2373만 명(51.2%)은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통해 요금 25% 할인을 받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돼 계속 시행된다.
선택약정할인은 법에 따라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보장된 혜택이다. 누구나 신청해 요금 할인 혜택을 챙기고, 형편이 되면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은만큼 다른 지출을 늘리는 게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자영업자를 돕는데도 도움이 된다.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이동통신사 '호갱'(호구+고객)을 자청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동통신사의 배당잔치와 성과급 지급 비용을 보태주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하지 않는 이동통신 가입자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호소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선택약정할인 미신청으로 낙전수입을 늘려줬다고 가입자들에게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안챙겨 생기는 것인데"라며 "구도상 사업자가 나서서 챙기라고 떠들기도 좀 그렇지 않냐"고 말했다.
사실 이 건은 그동안 통신분야를 담당하며 컬럼을 쓰거나 방송 출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누이 강조해왔던 내용이다.
나름 성과도 있었다. 선택약정할인 신청자 비율이 증가했고, 정치권 가세로 요금 할인율도 높아졌다. 이동통신사들이 약정기간 종료 시점을 문자메시지로 예고해주는 등 제도적인 보완도 있었다.
선택약정할인은 자급제 단말기로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알뜰폰 선택을 늘려 가게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단말기를 잘 관리해 오래 쓰는 알뜰 소비 습관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김 기자 싫어하겠네. 통신분야를 출입하면서 통신사가 낙전수입을 챙기는데 도움이 안되는 말만 하니 밥 자리에 끼워주지도 않겠어. '반통신사' 기자 소리는 안들어? ㅎㅎ"
"말은 바로 해야지. 기자로써, 시민 가입자들이 이동통신사로부터 호갱 취급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고 격려해줘야지, 반통신사 기자로 낙인 찍으면 안되지 ㅎㅎ"
긴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났다. 좋은 정보로 이동통신 요금 아끼게 해줬다며 내 밥 값까지 내준 당시 번개 모임 참석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연휴 끝난 뒤 리마인드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한다.
"지금 당장 휴대전화에서 114번으로 전화를 걸어 '선택약정할인 신청 부탁합니다'라고 말한다, 실시!"
"또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나 SNS를 통해 배우자, 자녀, 지인 등에게도 알려 선택약정할인 신청을 통해 월 정액요금에 따라 다달이 커피 한잔, 자장면 한그릇, 피자 한판, 탕수육 한접시 값을 챙길 수 있게 한다. 실시 ㅎㅎ"
혹시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됐으면 다음 벙개 모임 때 밥값도 부탁 ㅎㅎ.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