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영증권은 54년 연속 흑자를 이어온 ‘알짜 기업’이라는 것 외에 53.1%에 달하는 높은 자사주 비율로도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이에 비해 오너 일가인 원국희 전 신영증권 회장과 아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10.42%, 8.19%로 합쳐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분율을 보면 1933년생인 원 전 회장에게서 1961년생인 아들 원종석 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 자사주 소각 기대감에 주가 상승하며 승계 자금 부담 커져
원종석 회장은 올해 3월과 4월 16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그 결과 지분율이 지난해 7.98%에서 8.19%로 0.2%포인트 올랐지만 최대주주로 올라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분 매입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이어진 주가 상승은 승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영증권 주가는 1월 7만6300원으로 시작했는데 13일 기준 13만1천 원까지 오르며 연초보다 71.7% 상승했다.
자사주 소각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신영증권 주가가 17.2%로 가장 많이 뛰었던 7월9일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이 발의됐던 때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11월 정기국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영증권은 어떤 식으로든 자사주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만약 이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신영증권은 앞으로도 절반이 넘는 자사주 비중을 조정하라는 대외적 압박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 원종석 회장 대표이사 물러나고도 이사회 지배력은 여전히 강력
원종석 회장은 올해 6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등기이사로서 이사회 내 7개 위원회 가운데 4개(위험관리위원회, 경영위원회, ESG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에 참여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원종석 회장이 대표이사 재직 시절인 올해 6월까지 임원의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보수위원회에 속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ESG기준원은 ESG모범규준을 통해 보수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원종석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직후 보수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며 이 규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상진 사외이사의 이력을 살피면 엄밀히 말해 외부 인사라고 보기가 어렵다.
이상진 위원장은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1996년 자회사 신영자산운용이 출범할 때 합류해 2010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사실상 ‘신영맨’이기 때문이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