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1.3조' 대법원 이혼판결 D-1, 최태원 SK그룹 지배력 방어 위한 자금 확보 고심

▲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원심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최태원 회장 측은 재산분할을 위한 자금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두고, SK그룹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심에서 확정된 1조3천억 원대 재산분할금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인용된다면,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SK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자금을 마련할 방법으로는 지주사 SK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 SK실트론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거론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가 10월16일 오전 10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상고심 결론을 내리는 가운데 재판 결과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9%의 ‘특유재산’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일방이 혼자 소유하는 재산을 의미한다.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1심은 최 회장의 SK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 노소영 관장 측의 기여로 SK그룹이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SK 주식의 가치를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비자금 등 노 관장 측의 유형적·무형적 기여도 산정 부분에서 입증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 SK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2심의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최태원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자금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17.9%(1297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10월14일 종가 기준 2조880억 원 규모의 가치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대출일 전날 주식의 종가 기준으로 40~70%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미 SK 지분 17.9% 가운데 45.31%(587만9295주)를 담보로 4886억 원가량의 대출을 받은 만큼, 추가로 1조 원 이상의 대출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에 질권으로 잡힌 지분까지 합치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70% 이상이 이미 담보로 제공됐다.
 
최태원-노소영 '1.3조' 대법원 이혼판결 D-1, 최태원 SK그룹 지배력 방어 위한 자금 확보 고심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방법으로는 지주사 SK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 SK실트론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 17.9% 외에 SK실트론 지분 29.4%를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간접 보유하고 있다. SK실트론 지분은 약 75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SK디스커버리 0.12%,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2%, SK케미칼 우선주 3.21%, SK텔레콤 주식 303주, SK스퀘어 주식 196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가치를 모두 합쳐도 1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통해 재산분할금의 절반을 충당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SK그룹은 두산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개인 지분을 포함해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실트론 지분만으로는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을 모두 마련할 수 없는 만큼, 결국 SK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실트론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있긴 한데, 그렇더라도 1조3천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결국에는 SK 지분을 주든지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이 원심을 유지할 경우,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태원 회장의 1조3808억 원 현금 지급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SK의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반면 파기환송(고등법원 재심리)으로 재산분할금이 감소하면,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33.9%까지 끌어올리며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