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롯데지주 자사주 처분, CFO 고정욱 글로벌 협업 M&A 카드 손대나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 사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사주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정욱 사장은 지난 13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강하게 받았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까지 처리된다면 고 사장의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3차 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롯데지주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차 상법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1차 개정안,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 의무를 담은 2차 개정안에 이어 ‘더 독한’ 상법개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자사주 27.51%를 들고 있다. 주요 재벌집단 소속 비금융회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이마저도 6월26일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지분 5%를 넘기면서 낮아진 것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현실화하면 롯데지주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형국과 맞딱뜨리게 된다.

발의된 상법 개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즉시, 기존 보유 자사주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안에 소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는 자사주 처분 문제가 급선무가 될 수밖에 없다.

롯데지주의 지배구조를 살펴볼 때 자사주 처분 문제는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13.0%를 보유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호텔롯데 11.1%, 롯데알미늄 5.1%, 롯데물산 5.0% 등이 뒤를 잇는다. 얼핏 보면 지배력이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사정이 녹록치 않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99% 이상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소유로 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제2투자회사, L제12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가 나눠 들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도 모두 4.8%나 된다.

롯데지주가 2017년 지주사 전환 당시 여러 계열사 지분을 자사주로 편입하면서 높은 자사주 비중을 유지해온 배경에는 이런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방어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롯데지주가 6월 말 롯데물산에 자사주를 넘긴 것도 외부에 매각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고정욱 사장은 이전부터 자사주 처분 문제에 나름 대비하고 있었다. 롯데지주는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투자 관련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주식총수의 약 15% 안팎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고 사장이 세운 계획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지주는 “자사주 매각 시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의 기존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해당 자사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6년 대림통상의 자사주 취득 문제와 관련한 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오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에게만 자사주를 매도한 사안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롯데지주가 롯데물산에 자사주를 넘기는 과정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일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물산에 자사주를 처분하기 전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롯데지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0.03%였지만 자사주 처분 이후 62.69%로 늘었다. 반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31.91%에서 29.71%로 2.20% 감소했다.
 
'뜨거운 감자' 롯데지주 자사주 처분, CFO 고정욱 글로벌 협업 M&A 카드 손대나

▲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비금융회사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그나마 다행인 지점은 CJ그룹에서 20년가량 일한 기업인 출신의 최은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고 사장에게 몇 가지 대안을 던졌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회계사 출신으로 2004년 CJ그룹에 합류한 뒤 그룹의 대표적 전략 전문가이자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CJGLS와 대한통운의 인수합병 후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존재감을 끌어올렸고 이후 CJ그룹 전략1실장, 경영전략총괄 거쳐 2020년 12월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업을 진두지휘해본 적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 의원 발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최 의원은 국감에서 “롯데지주도 사업 확장 등을 위해 글로벌 전략적 제휴나 M&A를 충분히 할 수도 있지 않냐”며 “그런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자사주를 상호 주식 교환하거나 M&A 대금으로 지급함으로서 회사의 자산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사주를 다른 기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자사주를 단순 소각하기보다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그는 “자사주에 대해 무조건 일괄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들과 관련해 본래 취득의 경위나 향후 회사가 자사주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최 의원의 발언에 “의원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롯데지주가 가진 자사주의 시장 가치는 8천억 원이 넘는다. 롯데그룹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사업의 빠른 육성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