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법인 상장 1.8조 수혈, 조주완 '전장·공조' B2B 인수합병 공격 투자 나선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인도법인 상장으로 확보한 1조8천억 원을 활용해 전장·냉난방공조분야서 대형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인도법인 상장으로 약 1조8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며, 기업간(B2B) 사업 확장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 등 B2B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만큼, 이를 육성하기 위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을 비롯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등 차량 솔루션 분야를 중심으로 인수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14일 인도법인의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 상장을 통해 인도법인 발행주식의 15%에 해당하는 1억181만5859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해, 약 1조8천억 원 규모 현금을 국내로 조달한다.

회사 측은 “공모가 기준 LG전자 인도법인은 1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며 “조달 자금을 미래성장 투자에 폭넓게 활용해 성장동력을 확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주완 대표는 HVAC와 전장 등 B2B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과 TV 등 기존 LG전자의 주력이었던 기업과개인거래(B2C) 사업이 소비자 수요 부진과 관세 영향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 대표는 B2B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45%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B2B 사업은 고객과 신뢰관계를 통해 경기 변동에 큰 영향 없이 꾸준하고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약 건당 매출 규모가 커, 한 번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기업은 오랫동안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장 사업에서는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장(VS)사업부는 올해 3분기 매출 2조6천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0억 원과 비교해 160배 증가한 것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수요 부진에도 고부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판매 확대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예상을 상회했다”며 “100조 원의 수주 잔고를 토대로 중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자체 성장(Build), 합작법인/파트너십(Borrow), 인수(Buy) 등 ‘3B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에서 인수할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의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콘텐츠로 이동하는 추세에 발맞춰,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영역에서 시장점유율 확보와 수익 확대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 업체인 ‘ZKW’를 1조4400억 원에 인수한 뒤에는 오랫동안 전장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이 없었다.

HVAC 사업에서도 인수할 매물을 찾고 있다.

HVAC 사업은 최근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AI 후방산업에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1.8조 수혈, 조주완 '전장·공조' B2B 인수합병 공격 투자 나선다

▲ LG전자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 < LG전자 >

앞서 LG전자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키우겠다고 밝혔고, 지난 6월에는 노르웨이의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오소(OSO)’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소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4천억~5천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냉난방공조 시장은 2034년까지 연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인수합병 매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HVAC와 전장 등 B2B의 ‘쌍두마차’ 사업을 통해 질적 성장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지난 5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을 약 2조4천억 원에 인수해 AI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인수합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인도법인의 상장으로 유입된 현금은 미래 성장의 확보 차원에서 M&A 등에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인도법인 상장으로 LG전자의 기업 가치가 확대돼 저평가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