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본부장이 24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진행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커버드콜 ETF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24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윤병호 전략ETF본부장은 벌어들인 돈보다 나눠주는 돈이 많으면 원금이 점점 쪼그라드는 건 상식이라며 ‘적절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15년 전 국내 펀드시장에 커버드콜 전략이 도입된 초기부터 관련 상품 설계와 운용을 담당해온 ‘진짜’ 전문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2년 이미 배당프리미엄 공모펀드와 더불어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하는 커버드콜 ETF를 선보였다. 지금도 국내 운용사 가운데 가장 많은 커버드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15~17%대 고분배 상품 경쟁이 치열한 커버드콜 시장에서 ‘용감하게’ 7% 분배율 상품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본부장이 올해 3월 전략ETF본부를 맡은 뒤 반년을 고민해 설계한 상품이다.
윤 본부장은 “커버드콜 ETF는 어떤 기초지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배율이 달라져야 하는 게 기본 콘셉트”라며 “그래야 시장이 상승할 때뿐 아니라 횡보하거나 하락할 때도 원금 손실을 방어하면서 지속가능한 분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월배당 대표주자로 떠오른 커버드콜 ETF, 고분배 숫자의 유혹에 깐깐해져야
윤 본부장은 “무분별한 고분배 상품의 리스크에 관한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며 “상품 전략과 분배금에 관한 오해는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버드콜은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특정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프리미엄 등 운용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분배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전에는 기관 등을 대상으로만 운용하던 투자전략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상품은 아니다.
실제 커버드콜 ETF는 높은 분배율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10%, 15%, 17% 분배금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주식 배당금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윤 본부장은 “예를 들어 은행에 1억 원을 맡기면 원금은 그대로 보존되고 한 달에 6% 이자를 받는 예금 상품이 있다면 커버드콜은 똑같이 1억 원을 예치하고 20% 이자를 받는 대신 나중에 원금은 80%만 주는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ETF에 투자해 받는 분배금은 주식 배당금과도 다르다.
주식 배당은 기업이 주주에게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을 받는다고 보유 주식 수가 줄거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다만 커버드콜 분배금은 기초자산을 일정 가격에 매매하는 거래 ‘옵션’을 팔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분배금을 많이 주기 위해 옵션을 많이 팔수록 원금 감소 위험은 높아진다.
주식 등 기초자산의 상승분을 따라가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물론 기초자산 가격이 계속 우상향하면 이 수익률을 통해 분배금으로 지급한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윤 본부장이 커버드콜 ETF의 분배율이 기초지수 수익률을 과도하게 초과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본부장은 모든 커버드콜 ETF에서 10%, 15% 분배율이 너무 높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코스피200지수, 미국 S&P500지수 또는 인공지능(AI)테마지수 등은 모두 수익률이 다른 만큼 각 기초지수 수익률과 비교해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본부장은 “시장이 크게 상승세를 탔을 때는 고분배 커버드콜 투자도 ‘운’이 따를 수 있다”며 “다만 원금이 줄어들면 높은 분배율 상품도 분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어려운 상품일수록 투자 목적이 명확해야, 커버드콜은 ‘인출’을 위한 전략
“커버드콜 전략의 특징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투자 목적이 매달 인출에 있는지 목돈 형성을 위한 적립에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윤 본부장은 커버드콜은 은퇴 시기의 투자자 등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이 중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현금 인출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커버드콜 상품은 쳐다보지 말라”며 웃었다.
같은 맥락에서 자산형성 시기에 있는 20대, 30대 투자자들도 커버드콜을 주력 포트플리오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커버드콜 분배금은 아무런 대가 없는 ‘보너스’가 아니다.
커버드콜은 주식 등 투자자산의 상승률을 100%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일정한 현금을 미리 받겠다는 상품이다.
이에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코스피200, 미국 대표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ETF 또는 ‘조선·방산·원자력’ 등 좋아하는 테마나 섹터를 골라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목돈을 만드는 목적에는 더 부합한다고 조언했다.
그 뒤 은퇴시점이 됐을 때 커버드콜 ETF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윤 본부장은 “또 월배당을 원하면 커버드콜 외 고배당주, 채권, 리츠 ETF 상품들도 있다”며 “이들 ETF의 배당은 커버드콜의 분배금과 다르고 기초자산 자체가 경기방어 성격을 지니고 있어 자산형성기 투자 때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250조 바라보는 국내 ETF시장, 다양한 전략상품 등장은 긍정적
윤 본부장은 국내 ETF시장에 커버드콜 등 다양한 전략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예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3일 시장에 상장한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위클리커버드콜’ ETF에는 상장 첫날부터 연금계좌 등까지 포함하면 약 100억 원의 개인 순매수가 들어왔다.
![[인터뷰] 미래에셋 전략ETF본부장 윤병호 "커버드콜 ETF, 고분배 상품엔 리스크도 따라"](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25190832_118549.jpg)
▲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이 18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TIGER 200타켓위클리커버드콜’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위클리커버드콜’ 상장 간담회에서 질문에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커버드콜은 월배당 ETF 대표주자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자산 1천억 원 미만의 상품도 꽤 있다. 이렇게 보면 첫날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고분배 커버드콜이 ‘대세’인 시장에서 리스크에 관한 지적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도전이 일단 의미 있는 수요를 확인한 것이다.
그는 "기존의 주식형, 테마형 상품이 제공하지 못하는 수익구조의 ETF로 다양한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수요가 있더라도 상품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전략이 어려운 ETF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윤 본부장은 “커버드콜과 같은 전략형 상품들을 일일이 공부하기 어렵다면 기초지수 수익률 그래프와 커버드콜 상품 그래프를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면 좋다”며 “시장이 오르고 내릴 때 기초지수와 비교해 커버드콜 상품 수익률은 어떻게 나왔는지, 그 때마다 분배금은 얼마가 들어왔는지를 보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7% 분배율 커버드콜 출시와 함께 홈페이지 상품 수익률 공시 방법을 바꾼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다른 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총수익률을 공시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분배금 수익과 분배금을 제외한 자본수익 수치를 분리해 공개한다. 투자자들이 분배금을 별도의 추가 수익으로 오해하지 않게 ‘친절한’ 공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윤 본부장은 198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경제학석사를 마쳤다. 국민대비즈니스IT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대우증권 등을 거쳐 2011년 금융공학 전문 운용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멀티스테이지본부로 재입사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한 뒤 공모펀드 운용 등을 담당하다 2025년 3월 전략ETF본부장에 선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월배당 상품을 30~40개가량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커버드콜 상품은 15개, 순자산은 5조1300억 원에 이른다.
2024년 12월 말(4조900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1조 원 넘게 자금이 유입됐다.
24일 기준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커버드콜 상품이 48개 종목, 순자산은 12조7천억 원으로 집계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