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할인 경쟁' 조짐, 가격 인하로 수요 방어 불가피

▲ 미국에서 10월부터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된다. 주요 제조사들이 이를 계기로 가격 인하 경쟁을 본격화하며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M의 전기차 주력상품 라인업.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하던 세액공제 혜택이 곧 종료된다. 자연히 소비자에 비용 부담이 커지며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요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판매가를 낮추는 사례가 늘어나며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이 벌어져 업계 전반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떠오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전기차 판매량 감소 시나리오가 확실시되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들과 소비자들은 모두 가격 변동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부터 전기차 구매자에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47만 원) 상당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폐지가 결정됐다.

10월부터 미국 전기차 구매자의 체감 가격이 대폭 높아지며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CNN은 최소한 몇 달에 걸쳐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 내 자동차 기업들은 일제히 차량 판매가격 및 자체 인센티브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출고가를 낮추거나 할인 혜택을 강화해 정부 보조금 축소에 따른 영향을 일부 만회한다면 출하량 감소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되는 셈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 공제는 2019년에도 한시적으로 종료된 적이 있다.

CNN에 따르면 당시에도 상위 기업이던 테슬라와 GM은 일제히 차량 가격을 낮춰 수요 감소폭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때도 제조사들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요 대응 전략으로 앞세웠다.

자연히 이번에 세액공제 혜택이 마무리된 직후에도 자동차 기업들 사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유통 플랫폼업체 에드먼즈는 CNN에 “이미 전기차가 잘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세액공제까지 폐지되면 판매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비자에 더 매력적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할인 경쟁' 조짐, 가격 인하로 수요 방어 불가피

▲ 테슬라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주력 차종 라인업.

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도 전기차 제조사 및 딜러업체들이 출고가 인하와 할부 등 금융혜택 확대, 현금 리베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할인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 폐지에 따른 가격 부담을 만회하고 소비자 수요를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를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다면 중국의 사례와 유사한 ‘출혈경쟁’이 벌어지며 업계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전기차 제조사들의 과잉 생산과 시장 수요 둔화로 치열한 가격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테슬라와 BYD 등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배터리를 포함한 주요 부품 협력사들에도 압박을 키운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미국에서도 반복되면 현지 전기차 상위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단순히 수요 감소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수익성 악화를 이끄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사는 여전히 강력해 정부의 지원 정책 폐지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콕스오토모티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2년 안에 전기차를 사겠다고 밝힌 소비자의 약 65%는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되어도 여전히 구매 의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체감 가격보다 전기차의 성능 및 유지비 절감 효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더 중요한 구매 이유로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CNN은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이 일정 가격대 이하 전기차에만 적용되었다는 점도 정책 변화가 향후 수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