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이프 카카오 25 컨퍼런스'에서 카카오톡의 개편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3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 카카오 25’에서 카카오톡 전면 개편을 이렇게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후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국내 최대 규모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메신저를 넘어 콘텐츠, 커머스, 금융까지 아우르고 있는 카카오그룹의 핵심 자산이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SNS와 AI 서비스를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정신아 대표는 “카톡은 더 이상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가능성의 창이 될 것”이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앞으로 15년을 준비하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오픈AI와 8개월간 협업한 결과물이다. 정 대표는 “여러분이 가장 기대하는 소식”이라며 오는 10월부터 카카오톡에서 챗GPT를 직접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카카오와 오픈AI의 협업은 발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의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오픈AI의 만남은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협업으로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버튼 하나로 챗GPT와 대화할 수 있고, 대화 내용을 톡방에 바로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맵, 멜론, 선물하기, 톡캘린더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도 연동된다.

▲ 10월부터 카카오톡에 챗GPT가 탑재된다. 사진은 카카오톡 앱 내에 챗GPT 기능을 통합해 이용자가 대화 중 숙소 검색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한 모습. <카카오>
정 대표는 “별도 앱 없이 카톡 안에서 바로 챗GPT를 경험할 수 있다”며 “단순 활용을 넘어 카카오 AI 에이전트와 결합해 더 풍부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별도 앱 ‘카나나앱’을 통해 AI 메이트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카카오톡과 직접 연동되지 않아 성과와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카카오톡과 바로 연결되는 만큼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요금은 기존 챗GPT 유료 요금제를 그대로 적용하며 카카오는 AI 채팅방 광고나 프로모션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도 앞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톡의 메시지 역량과 특화 모델 라인업을 결합하면 에이전트 AI 플랫폼에서 카카오보다 강력한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첫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 카카오톡 친구탭의 피드형 UI 등 새롭게 개편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카카오>
첫 번째 탭은 친구들의 게시물을 확인하는 타임라인 형태로 바뀌고, 세 번째 탭에는 숏폼 영상 콘텐츠가 추가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채팅방 폴더 분류,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녹음 및 AI 요약, ‘카나나 검색’, ‘카나나 인 카카오톡’ 등 다양한 새 서비스도 도입된다.
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경쟁 플랫폼에 맞서 카카오톡의 체류 시간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다만 낯선 UI·UX 변화로 기존 이용자 반발이 발생할 가능성은 우려 요인이다. 정 대표는 “이번 개편은 역대급이라 부를 만큼 많은 기능이 바뀌었다”며 “초기에는 부정적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그간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경쟁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는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해 자사 플랫폼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AI 전략을 추진한다.
정 대표도 앞서 오픈AI와 협업을 발표하며 “다른 기업들이 모델 성능에 집중할 때 우리는 어떻게 서비스에 필요한 최고의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서비스에 활용해 최적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정신아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장기 부재 속에서 카카오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는 2010년대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며 급성장한 기업인데 최근 AI의 발전에 따라 어느 때보다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정 대표는 비용 통제와 그룹 사업 재편, 미래 전략까지 챙기며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회사는 김범수 창업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창업주의 건강 문제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에 따른 사법리스크, 이른바 ‘집사 게이트’ 논란이 겹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 대표가 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