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지로 선정된 브라질 벨렝에서 숙박시설 확보를 위해 주민들이 집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벨렝 시내 모습.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이번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지 벨렝에서 현지 주민들이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렝은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주도로 인구는 약 150만 명 정도 되는 도시다.
2020년부터 벨렝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던 주민은 가디언을 통해 올해 3월 브라질 당국으로부터 퇴거 통지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12가구가 순차적으로 거주지에서 쫓겨났다. 건물의 소유주가 기후총회를 앞두고 아파트를 단기 임대용 숙박시설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싱크탱크 '기후를 위한 아마조니다스'의 설립자인 프리실라 산토스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기후총회를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 도시에서 영업하고 있는 대형 부동산들이 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들은 고급 주택 소유주들과 독점 계약을 맺고 외국인들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시설을 임대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숙박시설 확보 문제로 기후총회 참여국들의 항의를 받고 있는 브라질 당국도 이와 같은 계획에 동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 상황대로라면 기후총회 참석인원 가운데 약 5만 명이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디언이 발견한 벨렝시의 한 홍보자료는 주민들이 거주지를 숙박시설로 변경해 임대해줄 것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이번 기회에 '한철 장사'를 노리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총회 참여국들은 숙박시설 문제로 여러 차례 개최지 변경을 요청했으나 브라질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벨렝 주민들도 갖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기후총회가 본인들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개최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주민은 가디언을 통해 "우리 집 청소부도 이 행사의 국제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도 기후변화가 무엇이고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COP30에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우리도 이 논의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