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이어 엔비디아의 새로운 저전력 메모리모듈 ‘소캠(SOCAMM)’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BM4에서 엔비디아의 속도 상향 규격을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이크론은 소캠에서도 생산능력과 성능에서 부족함을 보이며 엔비디아로부터 가장 적은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 'HBM4' 이어 '소캠'도 밀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양강 체제 가속

▲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이 내년 엔비디아의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모듈 '소캠(SOCAMM)' 공급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따라 첨단 공정을 앞세운 삼성전자와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한 SK하이닉스가 내년 엔비디아의 HBM4와 소캠 공급 경쟁에서 양강 체제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소캠 공급에서 앞서갈 것으로 기대됐던 마이크론이 2026년 엔비디아 공급량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캠 물량은 마이크론 독점에 가까운 발주를 단행했지만, 최근 엔비디아는 한국 공급사 위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량 기준으로 각각 100억 기가비트(Gb)와 110억 Gb의 소캠 공급 물량을 배정받았다. 이와 비교해 마이크론은 70억 Gb 수준에 머물렀다.

소캠(SOCAMM)은 엔비디아가 메모리반도체 3사와 자체 개발한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모듈이다. 저전력 D램인 ‘LPDDR5X’를 활용해 제작하며, 기존에 활용되던 ‘저전력 메모리모듈(LPCAMM)’과 비교해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출시할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에 HBM4와 함께 소캠을 탑재될 계획이다. 소캠은 전력효율이 높고 탈부착이 편리해 향후 서버,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제2의 HBM으로도 불린다. 

앞서가던 마이크론이 소캠에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성능과 생산능력 차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1γ(감마) D램 공정을 활용해 소캠에 탑재되는 LPDDR5X를 생산하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아직 낮은 수율(완성품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D램 공정은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 순으로 개발됐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선폭이 미세해져 성능과 전력 소비 효율이 높아진다. 마이크론은 6세대 1c 공정을 1γ 공정으로 부르고 있다.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c D램 공정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사용에서 차이점이 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빛을 통해 세기는 ‘포토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로, 더 미세한 칩 생산을 가능케 한다.

마이크론은 EUV 장비 활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1c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개한 1c D램 시제품은 단 한층 만 EUV 장비를 활용해 제작했다. 이는 안정적 구형 노광장비를 활용해 양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비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c 공정 D램의 5개 이상 층에 EUV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020년과 2021년부터 EUV 장비를 활용하며 오랜 경험을 쌓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EUV를 활용하는 층이 늘어날수록 개발 난이도는 크게 높아진다”며 “EUV 공정 활용 경험이 적은 마이크론은 1γ 공정을 활용한 LPDDR5X와 소캠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HBM4에서도 엔비디아의 속도 상향 요구 조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D램 공정과 HBM4의 핵심인 ‘로직다이’ 성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HBM4' 이어 '소캠'도 밀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양강 체제 가속

▲ 마이크론의 HBM4 홍보용 이미지. <마이크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MD와 경쟁하기 위해 HBM4의 속도 요구 조건을 9Gbps(초당 기가비트)에서 10~11Gbps 수준까지 높였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실기를 만회하기 위해 6세대 1c D램 공정으로 HBM4를 제작한다. 또 로직다이 제작에는 자체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한다. 트렌드포스 측은 삼성전자의 HBM4가 속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1b D램 공정으로 HBM4를 만들지만, 로직다이를 TSMC의 12나노 공정으로 제작한다. 또 오랜 기간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구축한 높은 생산 효율로 안정성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이에 비해 마이크론은 5세대 1b 공정으로 HBM4를 제작하고, 로직다이도 자체 D램 공정을 활용해 제작한다. 경쟁사들이 전문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로직다이를 제작하는 상황에서 뒤처진 제작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제프 푸 홍콩 GF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HBM4 데이터 전송 속도 요구사항을 높이면서, 로직다이가 아닌 기존 베이스다이를 활용하는 마이크론은 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