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이민당국에서 체포된 한국인들 일부가 적법한 비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법적으로 구금되었다는 주장 및 정황이 나왔다. 당국에서 공개한 조지아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단속현장 영상 일부.
결국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쪽은 한국에서 공장 업무를 위해 입국한 인력이 아니라 이들을 근거 없이 무리하게 체포한 이민당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로이터는 11일 “이번에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는 미국 이민법 전문 변호사의 발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다수의 한국인을 대변하는 변호사 찰스 쿡은 이민당국의 주장과 달리 이들이 특정한 업무와 관련해 적법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에 입국을 신청할 때 제출한 서류에는 배터리 장비 설치와 보정 등 업무가 명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이민당국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약 300명의 한국인을 체포했다.
여행용 비자 또는 단기 출장 비자를 받은 상태로 일하던 한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당국은 이들이 미국 현지에서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을 근거로 체포 작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찰스 쿡은 대상자들의 비자 신청 서류를 검토한 결과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근무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인물은 미국 당국에 구금되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라며 “비자 신청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는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미국 이민당국에서 공개한 조지아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단속현장 영상 일부.
해당 문서는 미국 이민당국 소속 요원이 작성했으며 이번에 구금된 인물이 비자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으나 출국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이민당국은 이번에 체포된 인물이 모두 비자 요건을 위반했거나 불법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반박하는 내부 문서가 공개된 셈이다.
찰스 쿡 변호사는 “유효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을 이런 방식으로 구금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불법적 행위”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로 볼 수 없다며 중대한 범죄에 해당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의 한 관계자도 가디언에 “이번 체포 행위는 불법적”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는 다수의 인원이 적법한 비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민당국에서 출국 조치 대상에 포함되었다며 이와 관련한 법적 규정도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쪽은 이번에 체포된 근무자가 아니라 미국 이민당국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셈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이 명백한 자책골을 기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이 표면적으로는 타당한 조치로 보이지만 이는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정책과 분명하게 상반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에도 체포 및 구금 절차의 적법성에 의문을 안기거나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위축을 이끄는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