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 국회가 추가 증시부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해외상장 상장지수펀드(ETF)가 또 다른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상장 ETF가 지닌 여러 제도적 혜택으로 인해 국내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부양 법안으로 국장 탈출 막을 수 있을까, 해외상장 ETF에 쏠리는 뭉칫돈

▲ 해외상장 ETF가 국내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미장으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4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정기국회가 최근 개막한 뒤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등 추가 증시 부양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부양책의 핵심 목표는 미국 증시로 떠난 자금을 국장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로 국내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국내 상장사가 소액주주의 권리를 외면한 점도 국장 탈출에 일조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투자자들이 해외 단일종목 뿐 아니라 해외상장 ETF에도 몰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자산을 기초로 하면서 국내에 상장된 ETF와 달리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는 당연히 해외증시에서 직접 사고 팔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SPY’나 ‘SCHD’, ‘QQQ’ 등의 ETF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은 미국 지수에 대한 장기투자와 배당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해외상장 ETF 매수 규모는 줄곧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 가운데 해외상장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집계됐다. 전체 매수액의 절반까지 올라온 것이다.

국내 ETF 시장과 비교해도 그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6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자산 ETF 규모는 77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투자자의 해외상장 ETF 보유 규모는 50조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상장 ETF의 규모가 해외자산 ETF 규모의 65%까지 이미 커진 것이다.

국내증시에서 ETF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해외상장 ETF의 성장도 그에 못지 않게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비결은 세제와 상품구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해외상장 ETF는 해외자산 ETF와 달리 매매차익의 경우 양도소득세로 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이미 분리과세 대상에 속한다.

과세 혜택으로 인해 고액투자자들이 특히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 결과, 고액투자자일수록 해외상장 ETF 보유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부양 법안으로 국장 탈출 막을 수 있을까, 해외상장 ETF에 쏠리는 뭉칫돈

▲ 국회가 국내증시로의 자금복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하는 가운데, 해외상장 ETF에 대한 과세체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상장된 해외자산 ETF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시해 규제가 엄격한 것과 달리, 해외상장 ETF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온건해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고배율 파생형 ETF, 단일종목 가격을 다양하게 추종하는 상품 등 선택지가 다양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증시로 건너가 이같은 파생형 레버리지 ETF를 대거 담았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오징어게임을 보는 것 같다’며 주목하기도 했다.

결국 국내외 거래소 간 세제와 상품 규제의 차이가 국내 투자자들을 해외로 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해외상장 ETF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그에 대한 혜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국내증시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ETF 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국내 금융투자상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투자자 보호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대체 상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