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미국에서 현대차의 해외 첫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미국 시장 판매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관세 부과에도 미국에서 오히려 판매가 증가하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관세에 대한 단기 대응 방안으로 가격을 유지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현재까지는 전략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관세에도 미국서 역대급 판매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 정의선 곧 미국 중장기 전략 내놓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9월18일 미국 뉴욕에서 현대차의 해외 첫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를 열고, 미국 시장 판매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정 회장이 올해 3월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다만 글로벌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미국에서의 단기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중장기 전략도 중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는 미국에 투자하는 260억 달러(36조1660억 원)에 대한 구체적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CEO 인베스터데이를 9월18일 미국 뉴욕에서 열기로 했다. 현대차가 CEO 인베스터데이를 해외에서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8월 미국 시장에서 8만8523대를 판매하며, 역대 8월 판매 실적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보다는 판매량이 11.7%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0만73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었다.

기아도 미국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8월 미국에서 8만3007대를 판매하며, 1년 전보다 판매량이 10.4% 증가했다. 역시 역대 8월 판매량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월 판매량이 8만 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는 57만6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 증가했다.

올해 5월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됐지만, 현대차그룹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계속 동결한 것이 판매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해외 CEO 인베스터데이 개최 장소로 미국을 선택했다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관세에도 미국서 역대급 판매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 정의선 곧 미국 중장기 전략 내놓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미국 현지시각 3월24일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판매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시장 2위 규모인 미국에서 판매를 늘리면서도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향후 4년 간 투자하는 260억 달러에 대한 구체적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재료비·가공비를 줄이고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등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매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점을 두고 설명하는 분야가 있다. 지난해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개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백악관에서 4년 동안 미국에 210억 달러(29조211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미국 정상회담 직후에는 50억 달러(6조955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5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하면서도 올해 3월 발표한 내용과 관련해선 미국 제철소 건설과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로봇 공장 신설 등을 다시 한 번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번 CEO 인베스터데이가 추가로 투자하는 7조 원을 어디에 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행사가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사업 협력 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지난 8월 GM과 공동 개발하는 차량 5가지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CEO 인베스터데이 개최 1주일 전인 9월11일 정 회장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오토모티브뉴스 포럼에 함께 기조 연설자로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판매 4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미국 판매량을 더 늘려야 순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며 “해외 첫 행사 개최지를 미국 뉴욕으로 정한 만큼, 미국 시장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