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15%룰’ 준수를 위해 거래종목 제한을 시작했다.

독점적 위치를 내려놓으며 위기감을 느꼈던 한국거래소로선 한숨 돌리게 됐다.
 
넥스트레이드 거래량 줄었지만 부담은 여전,  한국거래소 수수료 인하 카드 꺼내나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넥스트레이드의 성장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거래량 감소량에 비해 거래대금 감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시간 연장에 이어 수수료인하 정책도 펼지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열린 제15차 금융위원회 논의에서 대체거래소 거래량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넥스트레이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 점유율을 늘려온데 따른 대응이다.

우선 넥스트레이드의 종목별 한도를 한국거래소 100% 미만 유지를 전제로 비조치했다.

기존에는 넥스트레이드의 개별 종목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30%를 초과할 수 없던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이다.

다만 한국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15% 이하를 준수해야하는 이른바 ‘15%룰’은 유지했다.

지난달 넥스트레이드는 15%룰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 거래종목 축소를 시작했다.

8월20일부터 26개 종목, 9월1일부터는 53개 종목 거래를 중지해 현재 79개 종목 거래가 멈춘 상태다.

이번 거래 제한 조치는 이달 30일까지 유지된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종목 축소 조치 이후 9월1~2일 넥스트레이드 누적 거래량은 약 2억9854만 주으로, 이 기간 한국거래소의 11.04% 수준에 그쳤다.

거래종목 제한 이전인 8월1~19일 넥스트레이드 누적 거래량은 약 23억4545만 주로,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의 16.49%에 달했던 것에 비해 5.45%포인트(33.05%) 줄어든 셈이다.

다만 거래대금 감소폭은 거래량에 미치지 못했다.

8월1~19일 넥스트레이드의 누적 거래대금은 92조9805억5499만 원으로 한국거래소의 48.96%였다.

거래량 축소 이후 9월1~2일 누적 거래대금은 11조6101억4051만 원으로 한국거래소의 39.87% 수준이었다.

거래대금 비중은 9.09%포인트(18.57%) 줄어드는데 그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제한 종목 선정을 똑똑하게 했다”며 “거래량대비 거래대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 종목 위주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레이드 거래량 줄었지만 부담은 여전,  한국거래소 수수료 인하 카드 꺼내나

▲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 수수료 인하 등을 고심하고 있다.


결국 한국거래소의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거래량이 아닌 거래대금이다.

정은보 이사장이 넥스트레이드의 자체 거래량 제한에만 기대는 어려운 이유다.

정 이사장은 7월부터 거래시간을 ‘8 to 8’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업무시간 연장과 관련해 고객사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노조 반발이 있지만, 어쨌든 방향성은 잡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는 해외 주요 거래소 대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증시 인프라와 저변 확대를 위해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해 왔다”며 “다만 이는 시스템 개편 사항으로 장기간 시간(1년 이상)이 소요되며,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단기간에 거래시간 연장이 어려운 만큼, 정 이사장은 수수료 인하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날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가 수수료 체계를 검토한다”며 “한국거래소의 자체적인 거래 활성화 노력으로 복수시장간 건전한 경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