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원혁 HMM 대표이사가 HMM 조직을 다잡고 통합해낼 수 있을까.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진해운은 과거 국내 최대 해운회사로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렸고, 글로벌 시황을 잘 아는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M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구성된 채권단 체제로 넘어간 뒤 HMM 최고경영자 중에서 한진해운 출신은 대표로 발탁된 적이 없다.
◆ 과거 경쟁관계의 유산과 조직 내 세력균형 문제
해운업계에서는 HMM에 한진해운 출신 최고경영자가 없는 이유로 과거 현대상선(현 HMM)과 한진해운이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점을 이유로 추정한다.
한진해운은 과거 국적선사의 맏형 노릇을 했고 현대상선은 이를 추격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채권단 주도로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선사로 정부 지원을 받아 살아남게 된다.
그 뒤 국내 해운재건 정책이 진행되면서 한진해운 출신 임직원 일부가 HMM에 승선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외부에서 인력이 충원되면서 완벽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HMM에는 약 1800여 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 출신 임직원은 200명 안팎이다.
HMM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임기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내부 출신이 대표로 발탁될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가운데 어느 계열에서 최고경영자가 나올지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구성된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HMM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를 발탁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이 경영을 꾸려가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HMM이 채권단 체제 아래 놓인 뒤 임명된 배재훈 대표와 김경배 대표, 최원혁 대표가 외부 출신이라는 점이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출신으로 내부 인사 가운데 올해 사장 물망에 올랐던 박진기 총괄부사장이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한 것도 채권단이 내부 잡음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부사장은 한진해운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9년 3월 HMM에 합류한 인물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운영에 전문가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HMM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들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가 있었지만 끝내 최고경영자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 LX판토스 출신 최원혁 대표가 기대받는 이유
해운업계에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HMM 수장에 오른 최원혁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여러 기업을 거치면서 새로운 조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키워낸 저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성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3M코리아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8년 로레알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에서 물류업무를 담당했다.
2006년에는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물류회사 CJGLS에서 제3자물류사업본부장, 해외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에는 CJ대한통운에서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했던 2015년에는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판토스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그 뒤 3개월 만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2023년까지 8년간 LX판토스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최 대표는 판토스가 LG그룹에 편입되고 LX그룹으로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안정으로 이끌어왔다.
이런 조직 통합의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LX판토스는 최 대표의 지휘 아래 매출을 2020년 4조7634억 원에서 2022년 10조6722억 원으로 6조 원 가까이 키워냈다.
최 대표는 LX판토스의 수익성도 크게 높였다. 최 대표가 최고운영책임자였던 2015년 LX판토스 연결 영업이익은 773억 원 수준에서 2021년에는 3603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최 대표는 임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실천으로 옮겨 감동시키고 조직 구성원이 뭉치는데 일조한 일화도 있다.
2021년 인도 출장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위독해진 직원을 이송하기 위해 2억 원을 들여 에어엠뷸런스 파견을 결정한 사례가 그것이다.
이런 그의 경영 결단력은 임직원들을 통합하고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 사례로 꼽힌다.
최 대표는 당시 “종합물류회사에서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임직원이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비슷한 일이 생겨도 직원 안전에 최선을 둔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