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뚜기가 수익성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은 국내 매운맛 신제품과 해외 '진라면' 시장 안착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은 기존 소극적이었던 매운맛 라면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진라면’ 단일제품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31일 오뚜기 실적 공시자료를 종합하면 회사는 내수 침체 속에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4년 연간 영업이익(2220억 원)이 전년보다 12.9% 줄어든 데 이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1026억 원)은 전년 동기보다 23.9%가 빠지며 감소율이 더욱 가팔라졌다.
회사 측은 “지속된 내수 침체 속에 시장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와 전반적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오뚜기의 올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2년 만에 영업이익이 2천억 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앞서 2023년 영업이익 2549억 원을 내며 처음 연간 영업이익 2천억 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점을 오뚜기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한다.
오뚜기는 면류와 건조식품, 양념소스, 유지류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라면 등 면류 매출 비중이 약 30%로 가장 크다. 라면은 대표적 서민 식품으로 정부의 엄격한 가격 관리에 있는 품목이다.
오뚜기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2위 업체다. 농심이 50% 이상 점유율로 1위, 삼양식품이 약 10%로 3위다. 하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삼양식품이 80%, 농심이 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오뚜기는 약 10%로 경쟁사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오뚜기 수익성이 지지부진한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K-푸드 열풍 속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프리미엄 전략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라면 평균 판매 가격은 국내보다 1.5~2배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삼양식품 영업이익률은 23.5%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오뚜기 영업이익률은 5.6%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라면 3사 중 매운맛 라면 제품 출시에 가장 소극적이던 오뚜기가 최근 잇따라 매운맛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 오뚜기 신제품 ‘더핫 열라면’ 제품 이미지. <오뚜기>
앞서 5월에는 스코빌 지수 6000SHU의 신제품 ‘라면의 맵쏘디’를 내놨다. 해당 제품 출시 당시 오뚜기는 “앞으로도 많은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매운 맛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K-라면 열풍을 이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특유의 매운맛이 10여년 전 유튜브 등에서 매운 음식 챌린지 콘텐츠로 확산하면서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농심의 해외 주력 제품 ‘신라면툼바’ 역시 신라면의 매운맛을 바탕으로 한 꾸덕한 식감이 해외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반면 오뚜기의 매운맛은 내수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 더핫 열라면과 라면의 맵쏘디 수출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라면 3사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과점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신제품 진입이 매우 어렵다고 여겨지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매운맛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에서는 통상 불경기에 매운 음식에 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라면의 맵쏘디는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18만 개를 넘어서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제품의 매운맛 관련 리뷰 영상들이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코빌 지수가 이목을 끌 정도의 매운맛 라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해외 수출이 부진한 오뚜기가 내수시장에서 새 동력을 얻기 위한 효율적 수단일 수 있어 보인다.
함 회장이 해외사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오뚜기 글로벌 진라면 캠페인 모델인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 <오뚜기>
이뿐 아니라 함 회장은 2023년 11월 장녀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함연지씨가 오뚜기 미국법인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 함연지씨 남편도 미국법인에 근무 중이다. 이에 오뚜기가 오너경영인 중심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오뚜기의 해외시장 공략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아직 시작하는 단계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 공장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8월부터 K-라면에 미국 상호관세 15%가 적용된 것도 오뚜기 해외사업 확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부지만 확보한 채 아직 첫 삽은 뜨지 못한 상태다.
함 회장은 당분간 해외시장에서는 대표 제품 진라면 시장 안착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관계자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단계로 새로운 제품이 아닌 대표제품 진라면의 ‘진’을 브랜드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