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에서 원가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삼성전자의 D램 추가투자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 등 주요업체의 D램 추가투자를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공급과잉이 벌어지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만 이득을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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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에서 가장 크고 긴 호황기를 맞을 수 있다”며 “가파른 수요증가에도 업체들의 생산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투자가 3D낸드에 집중되며 D램의 생산증가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올해 D램의 수요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겪은 실적부진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기업들이 2015년부터 이어온 공격적인 생산투자로 ‘치킨게임’을 벌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업황악화로 일제히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D램에서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인 원가개선율을 확보할 경우 다시 생산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D램 미세공정전환에 선제적인 투자로 삼성전자가 업황악화를 방어할 체질을 갖춘 만큼 공격적인 증설로 공급과잉을 이끌어도 홀로 타격을 피하며 이득을 독점할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일 의지가 적을 경우 D램 투자여력은 충분하다”며 “경쟁업체들보다 실적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작아 D램 증설에 공격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D램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크게 밀리고 있는 만큼 경쟁우위의 확보에 더 승산이 있는 3D낸드에 투자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올해 삼성전자가 D램 생산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결정하는 데 SK하이닉스의 원가경쟁력 확보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 원가개선율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보다 뒤처질 경우 추가적인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봤다. 반대로 SK하이닉스보다 앞선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최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전망과 기업가치는 결국 기본적으로 D램의 수익성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낸드플래시의 비중과 사업가치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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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우시의 D램공장에 9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2조 원 이상에 이르는 대부분의 투자는 성장동력인 3D낸드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D램의 원가경쟁력 확보를 조기에 이뤄내는 데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투자를 자극하고 D램 공급확대에 따라 실적에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D램 추가투자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 연구원은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D램 원가개선속도를 고려할 때 큰 변수가 없을 경우 삼성전자가 D램 투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신규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수익성이 예상을 상회하며 공급부족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