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유 NXC 지분 세 번째 매각에도 실패, 인수희망자 없는 이유

▲ 넥슨 판교 사옥. <넥슨>

[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의 지주사인 NXC 지분 매각이 세 번째로 무산됐다. 입찰에 복수의 참여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예비입찰 절차가 중단됐다. 시장에서는 텐센트 참여여부가 주목을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해프닝에 그친 모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마감된 NXC 2대 주주 지분 매각 예비입찰이 유찰됐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정부가 보유한 NXC 보통주 85만1968주(지분율 30.6%)로 이는 고(故) 김정주 전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이 2023년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한 물량이다. 

평가액은 약 4조 원대 중반에서 5조 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으로 2023년 첫 시도 이후 매각이 세 번째 매각이 유찰됐다.

매각이 번번이 무산되는 이유로는 까다로운 조건이 꼽힌다. 김 전(前) 대표 유족이 이미 67.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30% 가량의 지분으로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한 만큼 원매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없는 지분을 고가에 사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NXC는 비상장사인 만큼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 매력이 낮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에는 공개 입찰 대신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영구 비밀유지계약(NDA)’ 등 엄격한 비밀유지 조건과 대주주와 접근 제한 조건이 포함되면서 협상 여지가 차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단연 텐센트의 입찰 참여여부였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노리고 참여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실제 입찰 참여는 없었다. 

텐센트 측도 “인수 검토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소문을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의 규모가 큰 데다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는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조 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오너일가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현재 NXC는 창업주의 배우자이자 NXC의 의장인 유정현 씨가 92만7144주로 전체 지분의 33.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녀인 김정민 씨와 김정윤 씨는 각각 47만7050주(17.16%)를 가지고 있다. 두 자녀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와이즈키즈(4만6878주·1.69%)까지 합치면 유 의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약 69.36%에 달한다.

비상장주식인 만큼 의결권도 없고, 자회사인 넥슨재팬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만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연이은 매각 실패로 업계에서는 유정현 NXC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NXC가 자체 법인 자금을 투입해 정부가 보유한 물납 지분을 되사오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 경우 유 의장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분 구조를 재정비해 넥슨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정부 소유 NXC 지분 세 번째 매각에도 실패, 인수희망자 없는 이유

▲ 사진은 넥슨 로고.


넥슨의 재무 상황이 2019년 매각 시도 당시보다 개선된 점도 이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 이번 입찰이 유찰되면서 차기 거래부터는 매각가에 할인율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비상장주식의 공공 매각은 3차 시도 이후부터 최초 예정가의 10%씩 단계적으로 감액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유정현 의장은 고(故) 김정주 전 넥슨 창업자와 함께 초기 넥슨을 경영에 참여했다. 

창업 초기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넥슨의 살림을 책임졌고 2002년에는 넥슨 게임의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와이즈키즈의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넥슨이 성장한 뒤로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남편의 사망으로 대주주가 된 뒤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매각을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매각 대금을 세수에 이미 반영해놓은 상태다. NXC 물납 지분 중 약 80%에 해당하는 3조7천억 원을 현금화할 계획을 반영한 만큼 또다시 실패하면 재정 운용에도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이번 주 내로 재입찰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