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완화 신호에 추가 금리인하를 놓고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 변수가 여전한 만큼 추가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는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미국 연준 의장 '비둘기' 신호에 한은 금리인하 부담 덜어, 집값 경계에 시기는 저울질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발표 뒤 진행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한은은 이번 주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인하 시급성이 줄었고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됐지만 하락전환은 아니다”며 “8월 금통위에서 금융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앞서 7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두고 “이번 동결은 일시적 멈춤”이라며 8월 금리인하 재개 가능성을 높게 봤는데 이번 보고서에서 의견을 바꾼 것이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8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고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는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국내 경기가 미국과 관세협상,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 적극적 경기부양정책 실행으로 바닥을 탈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은은 9월 미국의 금리인하를 확인한 뒤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바라봤다.

이에 더해 금리인하가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조금씩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광역시 등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29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가계부채도 정부 부동산 규제로 증가폭이 둔화됐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이 14조9천억 원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부채 잔액이 1952조8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뒤 가장 큰 규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8월 초부터 아파트 거래심리가 반등하고 있고 코픽스 등 가계대출 지표금리가 소폭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8월 말~9월 초부터 집값 상승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금리동결과 인하 명분이 모두 존재하는 8월 금통위에서는 데이터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 금융안정은 가계부채의 안정이고 이는 더 충분한 확인을 필요로 하는 만큼 8월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창용 미국 연준 의장 '비둘기' 신호에 한은 금리인하 부담 덜어, 집값 경계에 시기는 저울질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현지시각 22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고용 등 부분 정책 한계와 균형을 강조하면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의장. <연합뉴스> 


이 총재도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 가능성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경기 반등에 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동시에 집값을 놓고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한 6·27 대책 뒤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차 내수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2026년도 예산안 편성과 함께 올해 3차 추경 집행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안정에 무게를 더 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은행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금리인하를 멈추고 재정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에 관한 고민도 클 수밖에 없는 만큼 8월 금통위보다 4분기에 한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시사로 추가 금리인하 실행에 부담은 덜게 됐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는 2.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이 통화긴축 태도를 유지한다면 한은은 시기를 떠나 올해 추가 금리인하 결정 자체가 쉽지 않다.

미국과 금리차이가 커지면 한국시장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유출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환율 안정성 측면에서도 한미 금리차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현지시각 22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정책에 제한적 영역이 있고 경제 전망과 위험 균형이 변화해 정책 입장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매파(통화긴축) 태도에 변화를 보이면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