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웅제약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제형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패치형 제제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까지 여러 제형 개발 전략을 내세워 후발주자로서 진입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는 기존에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위고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 일라이릴리가 ‘마운자로’를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됐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세계적으로도 2026년부터 비만치료제 다변화로 본격적으로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마운자로 출시로 격화되는 국내 비만치료제 가격 경쟁은 오히려 공급의 폭발적 확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올해 5월 현재 DUR 점검 처방건수를 기준으로 8만8895건이 집계됐다. 2024년 10월 첫 출시 당시 1만1368건과 비교하면 약 8배 확대된 것이다.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처방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도 마운자로가 출시되면서 가격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운자로가 국내 공급가를 저용량 기준으로 기존 위고비 대비 42%가량 낮은 27만 원 수준으로 책정하자 위고비도 제품 가격을 저용량 기준으로 22만 원까지 낮췄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제약사들 역시 경쟁적으로 비만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대웅제약은 특히 ‘제형 다변화’를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 대웅제약은 최근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모습.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최근 GLP-1 계열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위고비의 성분명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와 장기적 체중관리에 사용된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이 패치는 사람 대상 초기 약물 흡수 실험에서 기존 주사제 대비 80% 이상의 생체이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비만약을 간편한 패치 형태로 투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인 셈이다.
패치형은 기존 주사제 대비 통증 부담이 적어 환자들로서는 투약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도 현재 주1회 주사 기간을 한 달에 1회 투여 혹은 경구용 제형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은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성분인 이나보글리플로진과 저용량 리라글루타이드를 포함하는 주사 가능한 데포(Depo) 조성물을 최근 국내에서 특허로 출원했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한국 지식재산권 정보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과 저용량 리라글루타이드의 항비만 병용요법’이라는 이름으로 2024년 12월27일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삭센다’라는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이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리라글루타이드의 저용량 병용 투여를 통해 부작용이 감소된 비만치료 요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두 성분을 결합해 부작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약물 전달 방식을 개량해 환자 친화적인 제형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의 또 다른 주력 개발 분야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다. 현재 주 1회 투여가 일반적인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을 선보이면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비만치료제의 경우 환자들이 장기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장기지속형 제제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의 전략은 단순히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성분을 바탕으로 전달 기술을 고도화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구나 현재 위고비로 판매되고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물질 특허 기간은 2026년 인도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2031년에 만료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용화된 물질보다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제공하는 물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부작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부작용을 낮추거나 근육 감소를 줄일 수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