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이 삼호가든5차와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따내며 핵심 사업지인 강남에서 ‘래미안’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도시정비 시장 왕좌를 놓고 현대건설과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하반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성수 정비구역 수주전략 수립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서울 강남=래미안' 경쟁력 입증, 오세철 성수 '선별 수주' 전략 고심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성수동 정비구역 수주전략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와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올해 도시정비 수주실적 7조 원을 넘겼다.

삼성물산이 하루에만 강남에서 9천억 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올린 것을 두고 주거 브랜드 ‘래미안’의 경쟁력이 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길게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설립 전부터 연 단위로 물밑작업을 벌이며 핵심 도시정비 사업지에 큰 공을 들인다. 수주전이 성사되면 피 튀기는 상호비방도 불사하는 만큼 주요 사업지에 무엇이든 먼저, 더 많이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일은 수주전의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모두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 기존에 공들인 사업지에서 발을 빼고 ‘올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결정시점은 삼성물산이 다소 늦었다.

대우건설은 6월 개포우성7차 입찰 마감 이전부터 비슷한 시기 시공사 선정이 점쳐진 개포우성4차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다음날인 6월20일에야 당시 공들이던 압구정2구역 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삼호가든5차도 삼성물산이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큰 공을 들였던 사업지는 아니었다.

입지는 뛰어나지만 3개동 168세대의 소규모 단지로 사업성이 크지 않아 삼성물산을 포함한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 차례 진행된 입찰에는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해 수의계약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삼호가든5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3월 이례적으로 입찰에 불참한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삼성물산은 여러 차례 뒤늦은 수주전 참여에도 '시공능력평가 12년 연속 1위'라는 업계 위상과 래미안의 브랜드 영향력을 바탕으로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을 이어온 셈이다.

삼성물산은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모두 7조828억 원어치를 수주해 올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2년 현대건설이 달성한 역대 최고 기록인 9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올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곳 가운데 강남3구 사업지는 △송파 대림가락(4544억 원) △송파 한양3차(2595억 원) △서초 신반포4차(공사비 1조310억 원) △서초 삼호가든5차(2369억 원) △강남 개포우성7차(6757억 원) 등이다.

경쟁자인 현대건설도 올해 들어 현재까지 5조5400억 원어치를 수주하며 삼성물산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강남권 수주는 드물었다. 현대건설의 강남권 재건축사업 수주는 5월 시공사로 선정된 강남 개포주공 6·7단지(공사비 1조5138억 원) 정도가 유일하다.
 
삼성물산 '서울 강남=래미안' 경쟁력 입증, 오세철 성수 '선별 수주' 전략 고심

▲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따낸 '래미안 패러피크 반포(삼호가든5차 재건축)'와 '래미안 루미원(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감도. <삼성물산>


다만 올해 도시정비 1위 등극 가능성은 현재까지 상황만 고려하면 오히려 현대건설 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현재 공사비 2조7500억 원 규모 압구정2구역과 1조4662억 규모 장위15구역에서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이들 두 사업지만 수주에 성공해도 현대건설의 도시정비 수주 실적은 9조6500억 원까지 늘어난다.

오 사장으로서는 하반기 수주전략에 따라 도시정비 시장에서 현대건설과 벌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오 시장은 올해 하반기 도시정비 시장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어느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1~4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1구역은 10월13일 입찰을 마감하며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구역은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등이, 3구역은 대우건설, 4구역은 현대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2~4구역을 놓고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대표가 고려할 변수로는 그동안 관심을 보인 여의도 대교아파트와 개포우성4차 등의 입찰 일정이 꼽힌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여의도 재건축 추진 주요 단지 12곳 가운데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삼성물산 외에는 롯데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10월 시공사 선정이 예상된다.

개포우성4차는 당초 개포우성7차와 같은 시기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삼성물산의 참여가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조합이 올해 말로 공고를 미뤄 삼성물산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여의도 대교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성수에서는 2~4지구를 주목하고 있다”며 “여러 도시정비 사업지 일정 등을 고려해 서울 핵심지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