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화 삼성화재 '초격차 2.0'으로 순이익 격차 더 벌려, 보험 손해율 상승은 아픈 손가락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본업 경쟁력을 더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4월29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더 링크'에서 환영사를 하는 이문화 사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에도 손해보험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2위인 DB손해보험과 순이익 격차를 더욱 벌렸다. 

표면적으로는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내세운 ‘초격차 2.0’ 전략이 통한 것처럼 보인다. 

삼성화재의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1조24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9% 줄었다. 하지만 2위인 DB손해보험과 순이익 격차는 약 1220억 원에서 1637억 원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본업인 보험에서는 손해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손익이 보험손익 부진을 가린 것이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본업 경쟁력을 더 챙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 손해율 악화라는 리스크, 실적 이면의 불편한 진실

삼성화재는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을 손해율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상반기 손해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포인트 상승했는데 그 가운데 실손보험 부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화재의 상반기 보험 실적과 관련해서 가장 커다란 약점으로 지적받는 것은 바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다. 

삼성화재의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손보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7%로 손보업계 최저 수준이다.

6월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6월 한 달 기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보업계 상위 6개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84.4%에 달했다. 반면 DB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낮은 수치(79.7%)를 기록했다. 

◆ 보험업계 불황에 ‘어쩔 수 없었다’ 평가도,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초격차’ 유지 중

다만 올해 상반기 보험 업황 자체가 안 좋았던 것을 살피면 보험 손해율 악화가 삼성화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 여러 차례 대형 사고,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순이익이 2024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삼성화재를 포함한 5대 손해보험사의 합산 순이익은 3조8652억 원으로, 2024년 상반기보다 19.8%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킥스(K-ICS, 지급여력) 비율이 개선됐다는 것도 긍정적 지표다. 삼성화재의 킥스 비율은 274.5%로 2024년 말과 비교해 10%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해서도 7.9%포인트 올랐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쟁사들의 킥스 비율이 메리츠화재 239%, 한화손해보험 214%, DB손해보험 213%, KB손해보험 187%, 현대해상 170%라는 것을 살피면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 삼성화재가 여전히 ‘초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보험 30년' 이문화의 리더십, 본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

이문화 사장은 1990년 공채로 삼성화재(당시 안국화재)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삼성화재에 몸담아 온 보험 전문가다. 

2024년 사장 취임 이후 해마다 ‘초격차 2.0’을 앞세워 민첩성과 탄력성을 갖춘 조직, 디지털 전환, 글로벌 수익원 확대 등을 강조해 왔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열린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도 “새 기업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조직원 모두의 사고방식, 의사결정, 행동이 더욱 민첩하고 회복력 있는 조직으로 변모하게 된다면 지난해와 또 다른 ‘초격차 2.0’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본업에 대한 자신의 전문성을 경쟁력으로 삼아 삼성화재의 보험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보험료 조정, 특약 신설, 정비 비용 관리, 금융 리스크 관리, 디지털 리스크 솔루션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실손보험 과잉 청구 대응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보험료 조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상담 및 사고 분석 시스템 도입으로 리스크 대응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8월부터 예정이율을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하했다.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장래의 투자수익률을 미리 가정해 보험료를 산출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다.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덜 받아도 장래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계산하기 때문에 반대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상승하게 된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2025년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손 중심으로 허위·과장 청구조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누수 보험료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