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하반기 SK실트론 등 비주력 자산을 매각으로 차입금 규모를 대폭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SK >
최 회장이 올해 3분기 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하반기에는 차입 규모가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실리콘 음극재 합작법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지분 75%를 미국 스타트업 그룹포틴에 넘겼다.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은 2021년 SK머티리얼즈와 그룹포틴이 각각 75대 25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로, SK머티리얼즈가 지주사 SK로 합병되면서 SK가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그룹 내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비주력 자산으로 평가돼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지분을 2330억 원으로 책정하고 매각예정 자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리밸런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SK가 베트남 현지 투자법인인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Ⅱ’를 통해 보유했던 빈그룹 지분 6.05%의 매각 작업도 마무리했다. 매입 기관과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각 대금은 최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군살빼기를 진행한 SK의 종속회사 수는 634개로 2024년 말 649개에서 15개가 감소했다. 29개사 신규 설립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44개 회사를 정리한 셈이다.
비주력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SK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5천억 원에서 올해 2분기에는 8조1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SK C&C 데이터센터 매각 대금 5천억 원을 포함하면 순차입금은 7조6천억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SK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SK는 직접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형태로 보유한 49%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소유 29.4%를 제외한 19.6%를 합쳐, 총 70.6%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실트론의 2024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400억 원으로, 기업가치는 약 5조 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몸값을 두고 이견이 있어, 최종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SK와 한앤컴퍼니의 거래 이력과 관계를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3분기 내에 협상이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는 올해 3월 한앤컴퍼니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6천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최관순 SK 증권 연구원은 “SK는 베트남 마산그룹, 중국 론디안왓슨, SK실트론까지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해 자산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자산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면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분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만들어야 한다. AI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무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며 AI가 기업의 생존을 가를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SK 관계자도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 기업설명회(NDR)에서 “내년에는 일부 투자를 재개할 예정인데, 대규모 투자보다는 AI 중심의 소규모 투자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