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조업 부흥 없이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8165659_137241.jpg)
▲ 통계청의 '2025년 5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5월 합계출산율은 0.75명을 기록했다. 2024년 5월보다 0.02명 늘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진은 7월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만일 어린 인구가 기성세대보다 2배 많다면 그 나라의 인구는 머지않아 2배 증가할 것이고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증가하며 경제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3년 우리의 합계출산율(여성 1인당 출산아 수)은 0.72명을 기록했다. 이 지표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가까운 미래에 1/3로 줄어들 것이고, 경제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가정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직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단발성으로 아이를 낳는 가정에 혜택을 주거나 부가가치 생산이 낮은 복지형 일자리를 양산하는 데 치우쳐 있다.
그러나 결혼·출산을 생각하는 청년에게 이런 정책은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와 유사한 출산 장려 정책을 30년간 펼쳤으나 실패를 거듭해온 일본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낮은 출산율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필자는 낮은 출산율의 해결 방법이 제조업 부흥에 있다고 본다. 이는 제조업만이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낮은 출산율이 발생하는 이유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그 수가 지극히 제한적이기에 이 같은 주장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인공지능·IT 회사, 금융회사, 대기업 사무직 등 화이트컬러 일자리를 생각해 보자.
먼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명한 빅테크 기업도 핵심 개발인력의 수는 수천 명을 넘지 않는다.
금융 관련 일자리나 대기업 사무직 등의 일자리는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더는 늘어나지 않는다(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붐이 일어나면서 금융회사와 대기업이 업무를 자동화하고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 월급을 많이 주는 일자리일수록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해야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1차산업(농업, 임업, 수산업)은 많을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1차산업은 부가가치 생산이 매우 낮으며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 쉽게 말하면 노동의 강도가 높고 돈을 벌기가 어렵다.
서비스업(숙박, 음식점 등)의 경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나 부가가치 생산이 낮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으며 사업 실패 위험이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여러 사람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산업은 제조업밖에 없다. 최근 트럼프가 여러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강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중국은 대규모 정부 보조금, 낮은 에너지 비용, 낮은 인건비, 공장 설립 비용 지원, 친기업적 규제 등으로 전 세계의 제조업 일자리를 빨아들여 왔다.
미국은 최근 유수 해외 제조기업에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제조기업들이 사업을 수행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원전 폐쇄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정부 보조금 축소, 법인세 인상, 강성 노조 방기,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도입 등은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켜 제조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렇게 없어진 제조업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제조업 일자리 소멸은 청년 실업률 상승과 낮은 출산율을 야기한다.
정부가 제조업 일자리를 학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출산 장려 정책을 펴는 것은 자기모순적이고 비효율적이다.
![[특별기고] 제조업 부흥 없이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이 가능할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29093506_8165.jpg)
▲ 최창희 포항공과대학교 전임연구원.
최근에는 구직자당 일자리 수가 0.4개로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환경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민정책을 통해 외국인들을 많이 받아들여 인구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기업의 해외 탈출과 파산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민이 증가한다고 해도 이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교육 수준이 낮은 해외 인력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더라도 그들의 부가가치 생산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이 국가의 근간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는 ‘제조업천하지대본(製造業天下之大本)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도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출산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우리는 미국·중국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부양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특히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부흥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 상승은 요원할 것이다. 포항공과대학교 전임연구원 최창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