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ESS용 LFP배터리 '날개', 김동명 중국 대체해 미국 최대 공급사 가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내 LFP 배터리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현지 ESS용 LFP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배터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서 이미 80%를 장악한 중국산 배터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비중국 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에 LFP 배터리 양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미 6조 원 어치 공급을 확정한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북미 기업들과 ESS용 LFP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이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 인프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차단되면서, 비중국산 LFP배터리 최적의 공급사로 LG에너지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탈중국화가 빨라지는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로 추정되는 북미 기업과 총 6조 원에 달하는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 내 ESS용 LFP 배터리 시장에 포문을 열었다.

기존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가격 경쟁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큰 강점은 미국 정부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보조금 혜택이다. 

미국 정부는 2026년부터 전체 ESS 제조원가 가운데 45% 이상에 해당하는 부품을 중국 등 금지된 외국기관(PFE)으로부터 공급받으면 AMPC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미국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관련 부품이 ESS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력망 연계형 ESS가 73%, 분산형 ESS는 53% 수준이다. ESS를 만들 때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면 AMPC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김 사장이 빠르게 미국 현지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구축한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 외에 대규모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AMPC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의 수요가 LG에너지솔루션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산 LFP 배터리에 뒤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0.9%에 불과했던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대한 미국 관세는 올해 40.9%까지 치솟았다. 내년부터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 조치가 강화돼 관세가 58.4%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관세 58.4%를 적용하면 중국산 LFP 배터리 가격은 2024년 1킬로와트시(KHh) 당 73달러에서 2026년 87달러까지 상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 공급가격 추정치가 85달러 안팎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우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비중국 기업 최초로 대규모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16.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안에 ESS용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17GWh로 확대하고, 내년 말까지 30GWh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엔솔 ESS용 LFP배터리 '날개', 김동명 중국 대체해 미국 최대 공급사 가나

▲ 미국 미시간주 홀란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 계약을 비롯해 예상치를 상회하는 북미 ESS용 LFP 배터리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미시간 공장 생산능력이나 최근 계약 상대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생산능력 추가 확대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외부로 공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ESS용 LFP배터리 시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친환경에너지 수요 확산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5% 수준이지만, 북미 지역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50%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시스템 단위로 공급되는 ESS용 배터리 특성상 공급 가격이 높게 형성돼, 매출 기준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터리·전기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는 북미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ESS용 배터리 수요가 더 가파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23조6170억 원, 영업이익 1조8093억 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7.8% 감소하지만,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