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 관세로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수주 뺏기나, 대만언론 '우려'

▲ 대만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에 영향을 받아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에 수주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현지언론의 관측이 제시됐다.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TSMC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대만산 수입품에 20%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TSMC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지언론의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이를 기회로 삼아 TSMC의 고객사 파운드리 위탁생산 물량을 일부 빼앗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는 4일 “미국이 대만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물론 자본 유출과 TSMC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20%의 관세율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발표된 32%보다 낮지만 한국이나 일본(각각 15%)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련 제품에 별도 관세율을 책정하기 위한 심사를 거치고 있는 만큼 대만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시보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미국에 대만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만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시보는 “미국의 20% 관세 부과는 현지에서 대만 반도체 제품의 가격을 높여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 기업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단가에 관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고객사들이 수요를 줄이거나 주문을 취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중국시보는 “미국 고객사들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관세가 비교적 낮은 국가로 공급망을 이전할 수 있다”며 “대만의 반도체 수주 손실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TSMC 미국 반도체 관세로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수주 뺏기나, 대만언론 '우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내부.

삼성전자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사이익을 봐 TSMC의 파운드리 고객사 수주를 일부 빼앗으며 반도체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대만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약 40%는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는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시보는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일본의 첨단 패키징 기술이 특히 미국 고객사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 관세 부과로 타격을 받는다면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만 증시 전체에서 TSMC가 3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으로 눈을 돌리며 대만 증시에 자본 유출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삼성전자 주가에도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시보는 결국 TSMC가 3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에서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미국에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한 뒤 한국에서 제조되는 반도체와 의약품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향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에 관세 부과가 확정되더라도 삼성전자가 TSMC와 비교해 어려운 조건에 놓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