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 재판이 진행되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끼칠 검찰수사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차은택씨 등 피고인 5명의 재판에서 청와대가 포스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강탈시도와 포스코 인사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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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이날 재판에 차씨와 함께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김홍탁 플레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김경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등 피고인 5인이 참석했다.
검찰은 이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사항 보고’라는 보고서, 그리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검찰조사 진술내용 등을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의 조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포레카 강탈시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를 전달받았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포레카라는 회사가 매각되는데 대기업 계열사로 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에 다시 매각되는 일이 없게 살펴보라”며 “포레카 사장한테도 매각 과정 좀 살펴보라고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순방 중 안 전 수석에게 전화해 매각 진행상황을 물었고 안 적 수석이 “순조롭지 못하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매각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권오준 회장 등과 협의해서 해결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권오준 회장에게 연락해 상황을 원상복귀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사항 보고’라는 보고서에 ‘컴투게더 측에 잔고증명 등 각종 자료 요구했으나 아직 자료제출 거부하고 있음. 조속히 원상복귀 조치 추진할 예정’,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조치’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와 권오준 회장에게서 들은 내용을 적은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김영수 전 대표에게 전하고 김영수 전 대표의 보고를 대통령에게 전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권 회장의 검찰조사 진술내용에 따르면 권 회장은 청와대의 압박으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를 선임했다.
권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회장에 선임된 이후 계열사 대표를 정하는 과정에서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김영수씨를) 포레카 대표로 추천받았다”며 “조 전 수석이 얘기한 사람이라 임명할 수밖에 없었고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표로) 채용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압력”이라고 진술했다.
박근혜 게이트 재판이 권 회장의 연임도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에서 권 회장이 포레카 강탈시도에 연루된 정황과 인사에서 청와대 입김에 좌지우지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의 연임도전에서 최대난제는 박근혜 게이트와 연루된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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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박근혜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권 회장은 선임되는 과정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씨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자격논란에도 휩싸였다.
최근 권 회장이 청와대의 압력으로 홍보담당 임원을 채용했다가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자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포스코에서 주요직책을 맡은 전현직 임원 16명의 이름이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회장이 청와대의 전방위적 인사개입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권 회장이 최근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을 검증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의 성과뿐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들도 책임감있게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권 회장의 연임은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