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이 올해는 이뤄질 수 있을까?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부지에 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을 짓기로 했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지고 있어 호텔건립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송현동 호텔 건립 재추진을 위한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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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가장 큰 변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거취다. 박 시장은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호텔건립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호텔건립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건립하려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이 호텔건립 뜻을 접은 것이 박 시장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박 시장의 반대는 호텔 건립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2일 대선도전을 선언하면서 2018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대선후보로 결정될 경우 사퇴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일정에 따라 후보결정 이전이라도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박 시장은 당내에서 경선절차를 밟는 동안은 시장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조기에 탄핵결정을 내릴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지자체장의 경우 30일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호텔건립을 완강히 막고 있던 박 시장이 물러날 경우 대한항공이 호텔건립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건립에 족쇄로 작용한 법적 규제는 이미 풀렸다. 송현동 부지는 덕성여중고, 풍문여고와 인접해 있어 학교보건법상 호텔을 건립할 수 없었지만 2015년 12월 국회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규제가 완화했다.
기존에 학교 주변 200m까지 호텔을 지으려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돼 있었는데 개정안 통과로 학교 주변 75m 밖은 유해시설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호텔 건설이 가능해졌다.
아직까지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문화융합센터(K익스피리언스)를 짓는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2017년까지 1단계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데 비해 진행은 더디다. 대한항공의 이런 태도로 비쳐볼 때 호텔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2015년 8월 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인 K익스피리언스를 짓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차씨가 2014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임명됐고 2015년 2월 문화융성위원회의 주도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2015년 4월에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됐는데 넉달이 지난 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의 일환으로 K익스피리언스 조성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서 송현동 부지에 정부 입김이 서렸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조 회장은 “처음부터 종합문화센터를 지으려 했고 문체부가 이름을 K익스피리언스로 한다고 해서 사용을 허용했을 뿐”이라며 “건립 계획은 한진그룹 독자적인 것으로 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K익스피리언스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K익스피어리언스사업도 예산 지원없이 기업자율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K익스피리언스사업의 계획을 기존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계획을 변경할 경우 부지 매입시점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호텔 건립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복합문화공간을 짓는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공식입장이며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