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찬성을 둘러싼 특검수사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국민연금 수장인 문형표 이사장이 체포되면서 수장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인사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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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박영수 특검이 28일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을 긴급체포하면서 문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문 이사장이 구속될 경우 이사장 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문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이사장이 빨리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며 “자진사퇴하거나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문 이사장은국민연금 운영 정상화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문 이사장이 물러나면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후임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연금 이사장의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도 직무정지 중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는 임명뿐 아니라 후보검증 과정부터 청와대가 깊이 개입하는데 인사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마비돼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인사권을 대신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있다. 황 권한대행은 최근 이양호 마사회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을 임명하며 공기업·공공기관장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이사장 인사는 황 권한대행이 이전에 했던 인사들과 차원이 다르다. 마사회장과 기업은행장 같은 경우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기 이전부터 인사 절차가 진행된 데다 주변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들이 임명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문 이사장 임기가 이제 1년도 안 지났기 때문에 인사절차를 밟을 틈이 없었던 것은 물론 후보군조차 윤곽이 안 나와 있다. 만약 인사가 진행된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사실상 첫 인사가 된다.
황 권한대행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경우는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의지가 개입된 인사로 여겨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정농단에 연루돼 정경유착의 지렛대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러잖아도 여론이 주시하고 있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누구를 임명하더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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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
그렇다고 황 권한대행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연금의 수장공백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넘어갈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540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올해 상반기 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5%에 이른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2인자인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 본부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교·대학 후배로 선임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강 본부장이 이사장 대행 역할로 전면에 나서 조직을 이끌고 갈 상황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도전과 변화를 맞고 있는 시기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장공백 상황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소신있게 국민연금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투자업계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표하는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할 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민연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