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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야당과 관계개선을 바탕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 역량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유 부총리는 23일 국회에서 당정 긴급민생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고 국정공백이 없도록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앞으로 야당·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어려운 시국을 헤쳐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야당과 관계를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현재 여소야대 구도에서 정부가 야당과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당정회의 내용을 야당에도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유 부총리가 야당과 관계가 해빙분위기를 맞고 있다. 탄핵 정국 초반만 해도 야당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 부총리를 비판하며 교체를 검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국회방문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유 부총리는 19일 야당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나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경제정책의 협조를 요청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흔들지 않겠다며 청와대의 간섭이 없는 상황에서 소신껏 역할을 수행하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이 먹고 사는 게 최우선”이라며 “야당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인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서도 유 부총리를 향한 야당의 공세는 없었다. 함께 출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과잉의전과 월권논란 등으로 야당의 비판이 거셌지만 유 부총리에게 나온 질문은 대부분 경제정책을 놓고 이뤄졌다.
유 부총리도 야당과 접촉한 뒤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23일 회의에서 유 부총리는 1분기에 예산의 30% 이상을 조기 집행하고 2월까지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전날 이주열 한국은행장이 강력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즉각 대응책을 제시한 셈이다.
유 부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내려놓으면서 오히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정농단으로 초토화된 박근혜 정부의 굴레를 벗고 학자다운 소신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유 부총리의 태도변화는 어느 정도 감지된다. 유 부총리는 20일 국회답변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아래로 하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 부총리는 두달 전까지만 해도 주요기관들이 모두 2%대 성장을 전망한 가운데 내년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더욱 현실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 부총리는 재선 의원이기는 하지만 국회 입성 전에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조세연구원 등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조세와 재정분야를 연구했다. 이 때문에 유 부총리는 정치인이라기보다 학자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야당이 유 부총리 유임을 수용한 것도 유 부총리의 전문가로서 역량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외풍이 무색하도록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로서 경제상황에 밝고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이 안팎에서 흔드는 손이 없이 온전히 키를 쥔 현 상황에서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 부총리가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유 부총리는 과거 한국개발연구원 시절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적자를 여러 차례 경고하는 발언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고려할 때 무리한 재정집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