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지주사 전환이 물건너 간 데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 터라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찬우, 본부별 독립경영 추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올해 안에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년 초로 미루고 각 본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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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사실상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워지자 지주사로 전환했을 때 사업구조를 미리 갖춰놓은 뒤 다시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사업부별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독립채산제 형태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채산제는 산하기관의 재정을 모기관의 재정에서 분리해 운영하는 제도다.
거래소는 경영지원본부와 유가증권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 5개 본부로 구성됐는데 경영지원본부가 인사권 및 예산과 관련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됐을 경우 각 본부들이 자회사로 분리돼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사권 등의 기능이 강화돼야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 사업구조 변경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주사로 전환한 뒤 유가증권시장본부와 파생상품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등을 자회사로 독립시킬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리 본부별 독립 경영시스템을 갖춰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바로 자회사로 독립시킬 수 있는 일종의 사전준비인 셈이다.
정 이사장은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도 시행했다.
정 이사장은 16일 상무급 인사 14명 전원에게 사표를 받은 뒤 8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절반 이상의 임원을 물갈이한 셈인데 인적쇄신을 통해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코스닥시장본부를 제외한 본부 4곳의 본부장보를 한 자리씩 없는 조직개편도 함께 실시했다. 기존에는 각 본부마다 2명~4명의 본부장보가 있었는데 1명~2명 수준으로 줄었다.
각 본부가 자회사로 독립됐을 경우 다수의 임원으로 꾸려진 경영체제보다 소수의 임원으로 꾸려진 경영체제일 때 각 임원의 권한이 커지는 것과 함께 책임의 소재도 분명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 떨어진 리더십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
다만 정 이사장이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물건너 간 뒤에야 뒤늦게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이사장이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앞두고는 외부행사 및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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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상황에서 '친박인사'로 분류되는 정 이사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거래소의 최대 과제였던 지주사 전환이 뒤로 미뤄지는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 이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임기를 시작했는데 지주사 전환이 미뤄지면서 직원들의 신임을 더욱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지주사 전환을 위한 선제적인 조직개편과 경영시스템 변경보다 거래소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정 이사장의 최대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이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방안 가운데 최선이라는 점을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지주사 전환을 통해 거래소의 경쟁력이 어떻게 강화되는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의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시하는 부분에서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이와 달리 20대 국회에서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이 근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논점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