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내년 초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할까?
구 부회장은 LG그룹에서 전장부품시장의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그룹은 이번 자동차쇼에 전자업체로 이례적으로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하는데 구 부회장이 참석해 힘을 실어줄지도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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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 부회장. |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이 전장부품사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내년 1월8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NAIAS)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는 100여년을 이어온 자동차전시회로 매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려 ‘디트로이트 모터쇼’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61개 차량이 새롭게 소개되고 60여국 5천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등 전 세계 최대 자동차전시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G그룹은 내년 열리는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 처음으로 공식후원업체(official sponsor)로 참여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전시공간을 마련할 경우 후원업체로 지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LG그룹 안에서 차량부품사업을 벌이는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전시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차량부품사업을 벌이는 LG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함께 공동전시관을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지 않은 LG그룹이 자동차전시회에서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식후원업체 10곳 가운데 자동차사업이 주력이 아닌 곳은 LG그룹과 금융업체인 얼라이(ally), 음악콘텐츠업체인 판도라 3곳뿐이다.
구 부회장이 연말인사에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장부품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 부회장은 2015년 말부터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전장부품사업 등 LG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했는데 연말인사에서 주력사업까지 챙기고 그룹의 전략보고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등 그룹 전체를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이 강화됐다.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기 전인 LG전자 대표이사 시절부터 전장부품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일찌감치 투자를 진행해왔다. LG전자 대표이사 시절 전장부품사업에서 GM과 협력을 강화했고 전장부품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13년 VC사업본부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VC사업본부는 그동안 지속해서 적자를 내는 등 전장부품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GM과 협력해 만든 순수전기차 볼트(Bolt)가 내년 좋은 판매실적을 거두면서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장부품시장은 경쟁이 날로 심화하고 있어 볼트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했고 전 세계 전자업체들은 차량용 전장부품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전장부품사업에서 후발주자들의 경쟁을 따돌리고 선발주차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전장부품사업의 중요도가 높이지는 만큼 구 회장이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난 뒤 올 4월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열린 자동차전시회에 참석했다. 국제적인 자동차전시회에 처음 참석한 것으로 구 부회장은 당시 완성차업체 CEO들과 직접 만나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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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VC사업본부가 11종의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GM의 순수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방문하는 점도 구 부회장의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 참석 가능성을 높인다. 구 부회장은 2014년과 2015년 CES에 참석해 각각 벤츠 회장, 포드 경영진 등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올해 역시 CES2017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CES2017은 1월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1월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만큼 구 회장이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 참석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이번 전시공간을 비공개로 꾸며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사업파트너들에게만 공개하기로 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장부품사업을 총괄하는 구 부회장이 참석할 경우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 참석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