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박근혜 탄핵소추안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삼성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 3곳을 특정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청문회에서 집중포화를 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5일과 6일로 예정된 경영전략회의 일정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경영전략회의는 정몽구 회장이 주재하고 본부장급 이상 임원이 참석해 회사의 주요 현안 살피고 미래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자리다.
|
|
|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 회장이 6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경영현안을 제쳐두고 청문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11월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 이후 10년 만에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K스포츠와 미르에 모두 128억 원을 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특검은 대기업이 K스포츠와 미르에 출연한 기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기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기금출연의 대가로 자동차산업의 정책과 노조문제 해결 등에서 정부의 특혜를 받았는지가 이번 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현대차는 기금출연 외에도 차은택씨 소유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고 최순실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에서 11억 원 상당을 부품을 납품받았다.
KT도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줬지만 황창규 KT 회장은 이번 청문회 증인에서 빠졌다. 정 회장이 광고일감 몰아주기의 집중포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와 납품계약을 성사한 대가로 최 씨에게 5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별도의 검증없이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을 받으면서 정 회장은 청문회에서 KD코퍼레이션 논란과 관련한 질의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청문회에 참석하는 드문 기회인만큼 의원들이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논란들을 놓고 호통치기식 질의를 던질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2006년 비자금 문제가 불거진 뒤 1조 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약속의 이행상황 등을 놓고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박근혜 게이트 논란에 정부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기업도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청문회 질의에 대답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회장이 올해 79세로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이어서 청문회 질의응답 못지않게 청문회 일정 중 정 회장의 건강악화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청문회 당일 국회 인근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인근 병원과 비상연락체계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회장의 건강상 이유로 대리인이 참석하게 해달라고 특별조사위원회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삼성그룹과 SK그룹, 그리고 롯데그룹 등 3곳을 특정해 박 대통령과 엮어 뇌물공여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청문회의 집중포화 과녁에서 다소 비켜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 회장 대리인이 청문회에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 회장의 청문회 질의내용은 언론보도와 제보 등을 종합해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방송과 지상파 3사 등은 6일 오전 10시부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를 생중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