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하드웨어 전략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듀얼카메라 등 고가부품을 대거 탑재하면 원가가 높아져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고 변화를 최소화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하드웨어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 갤럭시S8 흥행 간절해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선택할 갤럭시S8의 하드웨어 전략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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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그동안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대기수요를 갤럭시S8로 대거 끌어들이기 위해 듀얼카메라와 고용량 메모리, 고성능 전면카메라 등을 탑재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부품원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듀얼카메라 탑재를 갤럭시노트8로 미루는 등 삼성전자가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까지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를 마친 뒤 갤럭시S8의 출시전략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8의 하드웨어 전략을 놓고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도 고심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영업이익에서 3조 원 정도의 기회손실을 볼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라 갤럭시S8는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성공적으로 출시해야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갤럭시노트7 단종 타격이 단기적 영향에 그치도록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갤럭시S8로 입지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애플이나 화웨이 등에게 수요를 빼앗기며 장기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8의 출시시기와 흥행부진에 따른 마케팅비 급증 우려 등이 삼성전자의 실적개선과 주가상승 가능성에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기업 ‘비브’의 기술을 활용한 음성기반 인터페이스 탑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처음 내놓는 서비스인 만큼 실제로 소비자에 긍정적 반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애플 아이폰에 이미 유사한 기능의 ‘시리’가 탑재되고 구글도 자체개발 스마트폰 ‘픽셀’에 이런 기술을 적용해 내놓은 만큼 스마트폰시장에서 차별화요소가 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결국은 가격과 하드웨어 등 근본적 판매전략에서 승부수를 둘 수밖에 없다.
◆ 가격과 성능경쟁 사이 고심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놓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판매량을 끌어올릴지, 하드웨어 성능향상에 주력해 애플과 중국업체의 하드웨어 대결에서 우위를 지킬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8이 예상대로 듀얼카메라 등을 탑재해 전반적 성능향상을 이뤄낼 경우 제조원가가 이전작보다 15%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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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이 예상한 갤럭시S8 콘셉트 이미지. |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일반모델과 대화면모델을 모두 곡면화면의 ‘엣지’디자인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갤럭시S7엣지의 출고가는 90만 원 초중반이었는데 갤럭시S8에 고가부품을 탑재할 경우 100만 원 안팎의 가격 책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로 실적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포기하고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부품을 제외하고 혁신보다 안정을 택할 경우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에게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내놓는 스마트폰 성능이 점점 좋아지며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대기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역시 내년에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신제품에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갤럭시S8의 변화가 적을 경우 소비자들이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며 구매를 미룰 수도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타격으로 입은 이미지 손상을 만회하려면 지속적 하드웨어 혁신으로 리더십을 강화하며 명예회복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중국업체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경쟁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갤럭시S8로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