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이 반성문을 내놓았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실적을 공개하고 영업직원들의 잘못된 영업방법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어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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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한화투자증권은 19일 ‘회전율-수익률 상관관계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주식을 거래한 고객 5만3천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식 매매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 고객을 회전율 기준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에 동일한 수의 계좌가 포함되도록 10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별 평균잔액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최저 회전그룹(평균 회전율 4.9%) 수익률은 연 -3.9%인데 반해 최고 회전그룹(평균 회전율 2234%) 수익률은 연 -19.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0.72%였다.
특히 평균 회전율이 360%를 넘으면 회전율과 수익률 간에 반비례 관계가 두드러졌다. 수익률 악화의 주된 원인은 회전율 증가에 따른 거래비용(수수료, 세금) 증가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담 관리자가 있는 고객 수익률이 관리자가 없는 고객 수익률보다 오히려 2.8~6.0%포인트 낮다는 점이다.
주 사장은 이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담 관리자가 있는 고객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나쁜 것은 충격이었다. 외부에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경영진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우리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개를 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온 것은 영업직원들의 잘못된 영업방법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직원들이 불필요한 거래를 유도해 거래대금을 늘려왔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수익률보다 수수료 수입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주 사장은 이런 증권사의 행태가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증권업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 사장은 지난 5월에도 증권사들의 수수료 중심의 영업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증권산업은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은 1조44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 줄었다. 특히 수탁 수수료가 7813억 원으로 22%나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2분기 영업수익은 27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다.
주 사장은 증권산업의 불황 때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디마케팅’이라고 보기도 한다. 디마케팅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적절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02년 프랑스에서 맥도날드가 디마케팅으로 성공한 전례가 있다. 맥도날드는 “어린이들은 1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라고 광고했다.
맥도날드는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와 달리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이런 광고를 냈던 것이다. 당시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어 맥도날드를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고가 나간 후 2002년 프랑스 맥도널드는 유럽지사 중 가장 높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