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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동안의 방한을 마치고 떠났다. 방한기간에 우리 사회의 이목은 교황에게 집중됐다.
교황은 마지막까지 우리나라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여러 차례 챙기는 모습을 보여 줬다. 교황이 소외당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는 평소의 뜻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방한일정 마무리한 교황, 평화와 화해 기원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낮 서울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통령과 정부, 국민들 모두 마음을 다해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남북 평화통일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통일을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공식 방한일정을 마쳤다. 교황은 마지막 미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가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평화와 화해의 정직한 기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는 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것이 한국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며 “모든 한국인이 한 형제자매이며 한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고 낮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행보를 보였다.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들을 초청한 이날 미사는 그 정점이었다.
이날 미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또 새터민과 이주노동자, 장애인, 납북자 가족 등이 두루 참석했다.
특히 교황은 미사에 참석한 위안군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와 축복을 건넸다. 교황은 할머니들이 전달한 위안부 피해자 후원 배지인 ‘희망나비’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 핀 꽃’ 그림도 교황청으로 가져갔다.
교황방한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는 마감브리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보다 행동으로 몸소 보여줬다”며 “방한기간 동안 자신을 낮추려는 행동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방한기간 동안 작은 차를 타고 시복식 행사의 제단 높이를 낮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교황은 카퍼레이드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족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강 주교는 “우리 사회가 교황을 본받아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연민과 존중의 사회로 나가길 바란다”며 “행간의 메시지를 지도자들이 깨닫고 국가와 사회를 화합하는 좋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각별하게 세월호 유가족 챙겨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것이 큰 위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은 4박5일 동안 매일 세월호 유가족과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기 전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중인 유가족들을 퇴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14일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환영단 속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마음 속 깊이 잊지 않고 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에서 미사를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도보 순례길에 운반한 십자가를 전달받았다. 교황은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이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기원했다.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도중에 차를 세우고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의 손을 잡았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이었다. 교황이 차를 세운 것은 예정에 없던 돌발적 행동이었다. 교황은 시복식 행사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17일에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한국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었다.
이호진씨의 딸이자 세월호 희생자 이승현 군의 누나인 이아름씨는 SNS를 통해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우리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호진씨에게 교황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실종자 가족을 위한 위로편지를 남겨 팽목항으로 전달되도록 했다. 교황은 위로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한국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실종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들이 하루 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