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말을 먹고 산다. 유권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 있는가 하면 부아를 돋구게 하는 막말도 적지 않다.
정치인의 말은 신뢰도가 높지 않다. 표를 의식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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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
하지만 정치인들의 말에도 꼭 지켜야할 ‘금도’가 있다. 국민들의 정서와 눈높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은 “정치란 기본적으로 국민의 뜻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공감이 간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국민을 떠난 정치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말은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김진태 의원은 17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12일 촛불집회를 놓고 100만이나 되는 거대한 인파가 모였지만 폭력사고 등 불미스런 일이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경이로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눈에는 국민의 ‘성숙한 시위문화’가 바람 불면 꺼질 촛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막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에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 분을 여론선동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건 헌법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인민재판”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국정농단에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박 대통령은 여전히 귀를 막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인민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상식이 있다면 하기 어려운 말이다.
같은 새누리당 의원이지만 대비되는 말도 있다.
유승민 의원은 18일 “저는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국가적 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서초포럼에서 “저희는 요즘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사람들인데 새누리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아름답지 못해 더더욱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사이다’ 발언처럼 느껴지는 것은 수준 이하의 막말과 대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은 모든 화의 근원인 법인데 막말은 화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촛불 발언을 놓고 부산대 앞 ‘카페 헤세이티’ 사장은 SNS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이 기쉬키야, 촛불 아이다. 횃불이고, 들불이다. 들불은 바람 불모 번진다!’ 막말의 대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